소수민의 직장생활/음식물 지연성 알러지 검사
정재가 내게 '음식물 지연성 알러지 검사'라는 것을 해보라고 한다.
음식을 섭취하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활력을 주지만,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은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때 복부팽만, 두통, 아토피, 비염 등 이상 반응이 몸에 나타난다. 자신도 모르게 섭취하고 있었을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이 어떤 것들인지 알려주는 검사가 '음식물 지연성 알러지 검사'이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팀장님, 제 몸에는 콩이 안 맞데요, 콩으로 만든 두부, 청국장, 콩밥 같은 거는 이제 삼가야겠어요."
단골로 즐겨 가는 곳이 청국장 식당인데 삼가야겠다는 말은 단체로 먹으러 갈 때 정재 혼자만 혼밥을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았는데 그냥 모른다 생각하고 맛있게 먹는 게 낫지 않아? 안 먹는 것보다, 먹어서 몸에 얻는 이익이 더 많지 않을까?" 나의 고정된 상식으로서는 정재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요, 요즘 연예인들도 이 검사를 받고 피부도 좋아지고 몸도 좋아진 사례가 많더라고요, 저도 이제부터는 검사결과에 따라 삼가라는 음식은 최대한 안 먹으려고요."
피부트러블과 비염을 심하게 겪었던 경험이 있는 정재는 먹는 것에 있어서는 본인의 취향이 확고한 편이다.
대립은 균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정재는 일할 때도 자기 성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재야, 이거 서식을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한 거 같은데, 그래야 작성하는 사람이 그 취지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지, 결재 올릴 때 왜 수정을 안했어?"
"근데, 솔직히 그걸 왜,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야 하는지 제가 이해가 안돼서 안 했습니다."
"......."
정재는 나와 20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난다. 근무연수는 이제 막 2년을 넘겼다. 30년을 넘게 근무한 팀장 눈으로 보는 시각과 이제 갓 2년을 넘긴 젊은 직원과 의견차이가 다를 때가 있다. 다른게 정상이지만 나도 그 순간 내 감정에 빠져 버리면 그 상황이 풀어야할 문제로 여겨져서 일단 생각하는 시간을 좀 가진다.
30년 근무한 팀장의 시각으로 해도 괜찮고, 2년 갓 넘은 신입직원의 생각으로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다시 불러서 설명하고, 나의 의견과 정재의 의견을 절충해서 일을 처리한 적이 많았다.
대립은 균형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안다. 대립되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객관적으로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직원 입장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야 성취감도 가져갈 수 있다. 좋게 생각하면 직원들과 같이 일 하면서 생기는 대립은 균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던 세대였다. '왜요?'라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던 시절을 지나왔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시절 자체가 권리시대에 태어났고 나는 의무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는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둘 다 같은 의미로 생각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시절 개인주의에 대한 시각은 그 사람을 다름으로 존중해 줄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정재를 통해서 보면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 싶어하고 자기만의 고유성을 존중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자신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과 깊이 만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벌에 쏘여 병원에 갔을 때 겪었던 일을 들은 적이 있다.
"주사를 맞으면 증상은 바로 좋아집니다. 그런데 주사를 맞지 않고 벌에 쏘인 통증을 견디고 나면 나중에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질 겁니다, 어떻게 해 드릴까요?"
"음....."
"콩"이 몸에 안 맞다는 검사 결과도 전체와 부분과 변화의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콩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유기농 콩, GMO콩, 두부, 두유, 간장, 콩나물...그리고 볶거나 찌거나 삶거나 과자로 만들거나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도 있다. "콩"이라는 음식이 몸에 섭취 되면 어떤 부분은 안 맞는 부분이 있을수 있겠지만, 또 어떤 부분은 몸에 꼭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뼈건강, 혈압, 당뇨, 우울증 도움 등은 콩의 중요한 효능이라고 한다.
정재가 콩의 전부와 단절하기 보다는 종류별로 조리법에 따라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살펴보면서 판단하면 좋겠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또 체질이 변하는 경우도 있으니 먹는 음식도 변할수 있다.
음식에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사람에게 마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같지 않을까 싶다.
사람도 분명 시절마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잘 맞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번 안 맞다고 단절하게 되면 불편해 지는 것은 본인이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유성을 지킨다는 것은 나의 반응, 나의 변화를 알아채고 그러한 나의 상태를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이든 사람이든 그것을 대할 때 마다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에 집중하며 잘 살펴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나와 깊이 잘 만나는 방법이다. 나의 경우는 나와 잘 만날수 있을 때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