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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엄마 Mar 10. 2024

나는 소멸되고 싶다

나는 그 무엇으로도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 (1)

"네 음식점입니다"

"아무개 사장님 계세요?"

"누구요?"

"아무개 씨요"

"그런 사람 없고 제가 사장인데 제 이름은 진달래입니다"

"아! 맞다 진달래씨!! 나야 나 전에 있던 건물주인"

"아~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내가 그 매장 옆에 커피숍에 자주 가서 하루종일 있잖아 그런데 요즘 왜 딸아이랑 남편이 안 보여? 진달래 사장님은 왔다 갔다 하는데 남편이랑 딸이 전혀 안보이데????"

"........ "

"왜 안보인데???"

"교통사고 나서 하늘나라 갔어요 아이는 5년 전에 아이아빠는 얼마 전에"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 너무 아까운 사람들이 갔네. 우리 건물에 잘 있다 그쪽으로 이사 가서 잘 사는 줄 알았더니 이게 웬일이래 그냥 우리 건물에 있었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 아이고 너무 안타깝네"

"저녁장사를 해야 해서 이만 끊겠습니다"

"아이고 그래그래 너무 안타까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진정하려 애를 썼지만 점점 올라오는 감정으로 인해 폭발하고야 말았다

쏟아지는 눈물과 콧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게 문을 걸어 닫고 대성통곡을 했다

아이 아빠를 보낸 지 한 달 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20여 년을 넘게 해온 음식점으로 인해 나는 손님들에게 아니 손님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친절하게 침착하게 대응하는 사람이었다


통곡이 멈춰지질 않았다 12월은 대목 중에 대목인 달이였다

아이아빠는 12월 10일 새벽에 하늘나라로 떠났고 일주일 상을 치르고 바로 문을 열어야 했다

나 자신에게 이럴 때가 아니라며 정신 차려야 한다며 수없이 대뇌이며 무너지지 않으려 죽을힘을 다해 버텨오던 중이었다 약과 술로 밤을 버티고 출근해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꾸역꾸역 해오던 중에 이런 확인(?) 전화를 받고는 한방에 무너져 버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정신 나간 여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했다

"엉엉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전화를 한 겁니까? 엉엉엉 그 건물 떠난 지 15년도 더 지났는데 여태껏 전화 한 통 없다가 이런 식으로 확인전화를 했어야 합니까? 엉엉 도대체 누구한테 들은 거냐고????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 이런 확인전화를 하는 거냐고? 엉엉엉"

"아이고 미안해 미안 미안 미안해 응?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전화를 끊고 풀리지도 가라앉지도 못해 그날은 그렇게 문을 닫고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통곡을 했다


아이아빠 상을 치르느라 일주일을 문을 닫고 다시 출근하는 날 주차관리인이 나에게 웃으면서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냐고 물었다. 나는 이때 아무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70세가 넘은 관리인은 10여 년 가까이 보아온 사이였고 울컥하고 억울한 맘에 아이아빠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상치르고 오는 길이라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다 이때 이 말이 칼이 되어 내 심장에 꽂히는 게 한 달만의 일이 되었다

나중에 내 맘을 다스리며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나를 다치게 하는 게 이런 거니까 앞으로는 더욱더 말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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