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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아리 Jan 05. 2023

경계선 지능을 쓰다

경지를 쓰는 경지

  흔히 경계선 지능이라고 한다면 아이큐 70~80사이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복지 사각지대...주로 아이큐를 수치로 정의하고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애매한 그들의 위치를 설명하며 결국 복지에서 소외돼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한다. 국민청원도 하고 어머니들끼리 커뮤니티도 형성한다. 올해에는  조례안도 제정되었고 대한민국의 심장부 시청에 평생교육센터도 설립됐다. 장애인 복지처럼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도 이루어진다. 이것은 현재 경계선 지능의 대내외적 정의와 현주소다.

  사람을 규정하고 소위 판정을 내리는 기준의 주체는 누구일까. 나는 아이큐 74의 경계선 지능이다. 우리끼리는 흔히 당사자라고 부른다. 웩슬러라는 공신력 있는 지능검사를 통해 나는 '판명'됐다. 판명되기까지 입에 담기 힘들 만큼 긴 사연과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과, 경계선 지능인, 줄여서 경지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일상을 기록해보려 한다. 경지인으로서 나의 세월과 특징이 담길 것이고 그것은 하나의 호소나 주장이 아니라 그냥 일기처럼, 블로그의 소소한 일상글처럼 담담히 써 내려갈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보다는 내 기록용으로 이 글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내 글이 인식을 개선시킬 수도, 오히려 더 편견을 가중시킬 수도,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회의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경계선 지능을 대표하지 않는 그저 개인의 시각에서 쓰인 글이라고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물론 읽히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애초에 읽히려고 각을 잡고 쓴 글도 아니다. 되레 이 글은 내가 아는 사람, 특히 나에게 지금 소중한 사람에게 읽혀서는 안 되기도 하다. 정체가 밝혀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나는 기록한다. 기록으로 나 자신을 긍정하고 화해하고 치유하려고. 나 자신이 일상과 사회라는 거대하고 답답한 벽 앞에 지치지 않고 마주 보려고. 용기보다는 무던함으로, 끈덕짐으로 포기하지 않고 이 삶을 살아보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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