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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아리 Jan 05. 2023

내가 살아온 삶(1)

어느 경계선 지능인의 과거

  어려서부터 나는 조금 늦된 아이였다. 말은 빨랐으나 한글 떼기는 느렸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까지 한글을 떼지 못하는 내게 엄마는 그러면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없을 거라며 나를 위협하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오랫동안 나는 급우들로부터 심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았으나 그 따돌림이 심해져 담임과 부모까지 나서야 할 정도였다. 가만히 걷다가 못된 남자애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했고 친구라고 믿었던 여자애들에게 따로 끌려가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나의 뒤통수를 지속적으로 때렸던 남자애는 왜 나 같은 애랑 짝꿍이 되게 했냐고 내 앞에서 담임에게 바락바락 대들었다. 깊게 노여움이 담긴 그 눈빛은 지금 생각해도 수치스러웠다. 그 외에도 나만 책상을 분리시켜 모둠 활동에서 배제한다든가 어리바리하다 멍청하다는 소리로 나를 조롱하는 뒷소리도 들어야 했다. 나로 태어났으면 자살했을 거라고 말하는 남자애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 모든 따돌림들은 성인이 된 지금도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학습 진도를 잘 못 따라가기도 했다. 학습부진아 반을 전전했으며 그 안에서도 느렸다. 나랑 어울렸던 여자애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공부 못하는 너랑  놀지 말라 그랬다며 떠나가기도 했다.


내 초등학생 시절은 불우했던 기억 밖에 없다. 아이들로부터 따돌림당하고 공부는 많이 못 했던 기억들 밖에 없는, 내 유년시절의 암흑기.


아마 기억하기로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나는 깊은 우울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생긴 상처가 나를 부정적으로 만들었고 뒤틀린 열등감을 키웠다. 내 안의 깊은 수치심의 원형은 이때 생성돼 내 안에 뿌리내리고 있다. 인생 초기의 경험은 사람에게 자양분이 되기 마련 이것만 내겐 성인기에도 지워지지 않는 심리적 외상만 남겼다.


  중고등학생 때, 나는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 했다. 중학생 때는 그럭저럭 보냈는지 기억이 많이 나지 않는다. 내 기억에 특히 남는 시기는 고등학생 시기이다.

  고등학생 때는 특히 나는 정신이 많이 아픈 아이였다. 그 시기를 기억하면 살이 아린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원인을 종종 내 못생긴 외모에 돌리고는 했다. 열등감이 내면의 결핍을 검게 채웠고 고등학생이 돼서 터졌다.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면서 거식증과 폭식증이 번갈아 나타났고 혹독한 다이어트로 몸이 마르다 못해 생리까지 마르고 말았다. 6개월 동안 생리가 나오지 않았고 체중이 적정에서 심각하게 미달 돼 괄약근까지 살이 빠져 조절이 안될 지경이었다. 학교에 적응 자체를 할 수 없어 교문 밖으로 자주 탈주했다. 아예 보름 이상을 학교에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극단적으로 예민했던 시기,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건 글쓰기였다. 일기를 썼고 시를 끄적였다. 틈만 나면 썼다. 국어에도 관심이 많았으나 아쉽게도 국어는 뭘 어떻게 노력해도 성적은 바닥이었다. 글을 쓸 수는 있었으나 독해를 하지 못했다. 당연히 문제도 풀리지 않았고 성적은 당연히 실망스러웠다. 성적을 볼 때마다 심한 낭패감을 느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책을 주기적으로 읽으나 글쓰기와 비교해 독해력이 떨어져 방송사 주관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면 점수는 공부한 것 치고 꽤 난감했다.


  고등학생 시기는 내 안의 심리문제가 폭발했다. 사춘기 시절은 지났으나 사춘기 때보다 감정의 격정이 심했다. 주로 나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는데 충동적으로 알약을 과다로 삼키는 행동을 했다. 엄마가 내가 자는 사이 약 부작용으로 큰일이라도 생길까 봐 불침번을 서기도 했다.


 부모와의 불화도 심했고 내 인생은 비참했다. 미래란 고통 뒤의 고통이란 생각만이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내내 오랜 기간 심리상담을 받기도 하면서 학업보다는 치료를 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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