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같은 반이 된 우리는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죠.
운이 좋게 같은 조까지 되면서 과제를 한다거나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붙어있는 시간도 늘었죠.
둘 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 시험기간이 되면 소강의실에 모여서 친구 한 두 명이랑 같이 공부를 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항상 저희와 함께 해준 그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른 친구들이 저희 사이를 의심하지 않았으니까요.
저희는 서로의 연애상담을 해주며 친해졌죠.
열심히 남녀의 입장에서 조언도 해주고, 서로의 연애를 응원해 주고 그랬는데, 사실 연애상담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고등학교 때는 절대 연애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었어요. 중학교 시절의 연애가 그리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거든요. 누군가는 '중학생때 하는 연애가 연애냐!'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게요, 오히려 학생이기에 1년 2년 누군가와 함께 만든 추억이 더 크게 남는 것 같아요. 학창 시절 3년 중 2년을 한 사람이랑 보냈다는 건 꽤 큰 경험이니까요. 안탑깝게도 그 기억의 끝이 좋지 못해서 저는 고등학교에서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아요. 감정소비 하고 싶지 않아고 또 그럴 시간에 학업에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또 그런 이유로 좋아했던 남자애를 포기했던 거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저희의 관계가 좋았던 것 같아요. 동성친구가 어려웠던 저는 남자애들이랑 노는 게 더 편했는데 남녀가 붙어있기만 해도 사귀는 거 아니냐고 궁금해하는 친구들 속에서 당당하게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서로 좋아하는 상대가 있어 오해하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 서로 일정한 선에서 배려해 주거나 신경 써주는 그 적당함이 좋았습니다.
"저 그 친구랑 잘 끝냈어요. 고등학교 때는 연애 안 하려고요"
"어.. 사실 저도 OO이랑 잘 안될 것 같아요"
둘 다 피식 웃으며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저희끼리 사귀게 돼서는 10년 됐네요.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사람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인가 봅니다. 이러고 있으니 고등학생 때의 우리가 그리워지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