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권태기 (倦怠期 )
명사 부부나 연인 간에 서로에 대해 흥미를 잃고 싫증이 나는 시기.
오래 연애를 하다 보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권태기가 온 적은 없는지,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
사전에 의미대로라면 아마 저희에게 권태기는 온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결단코 당신 자체가 싫어진 적은 없으니까.
연애를 하며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건 기다림이었습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기약 없는 이별.
언제 다시 떠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일정.
몇 개월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나날들.
주변에 친구들은 평범하게 연인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왜 나는 이렇게 긴 시간을 이 한국땅에서 외롭게 보내야 하는지
해외라 시차는 안 맞고 연락은 잘 안 되고 내가 연애를 하고 있긴 한 건지, 외롭고 외로운 나날들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연애 초반에는 정말 많이 운 것 같습니다. 너무 보고 싶어서, 기다림이 힘들어서, 그냥 서러워서
그럴 때마다 당신은 항상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런 투정조차 부릴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꾹꾹 참다 보면 어느 날 또 터져버리고, 당신은 달래주기를 반복하고, 그래도 마지막은 항상 사랑한다는 말로 끝내는 저희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당신의 장난이 좋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분위기여도 마지막은 저를 놀리는 걸로 끝나니까.
마지막은 제가 웃을 수 있게 끝내주니까. 저는 그게 당신의 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끔은 역효과를 부르기도 하죠)
누군가 제가 오랜 연애의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진부하겠지만, 역시 저는 서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힘든 걸 숨기면 언젠간 터져버리기 마련이라, 끝까지 숨길게 아니라면 그때그때 표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싫은 건 싫다고 해야 한다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남자친구는 돌려 말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바로 말해주는 게 낫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만난 기간과 상관없이,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니 힘들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저는 당신에게 투정 부리고 가끔은 정색하고 가끔은 쌀쌀맞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신은 언제나 보고 싶다고 찡찡거리는 저를 좋아하잖아요.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고. (역시 취향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질리거나 흥미를 잃는 날이 올까요?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는 당신의 마법의 힘을 빌려봐야겠습니다.
오늘도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