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온화한 사람이 화가 나면 무섭듯이
존댓말을 쓰던 사람이 반말을, 혹은 반말만 쓰던 사람이 존댓말을 쓰면 뭔가 느낌이 이상하지 않나요?
저희는 처음 연애했을 때부터 서로 존댓말이 익숙해져서 오히려 반말을 쓰면 뭔가 어색했죠.
대게 반말을 쓰면 화가 났다는 뜻이니까.
당신은 지금까지 딱 한 번 화를 냈었죠. 정확히 화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때는 꽤 철렁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느껴지는 단호함과 눈빛에, 저는 우리의 긴 연애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자그마치 10년이었는데 그 순간에는 그러게 느꼈어.
'아, 이사람은 한 번 마음을 정하면 바로 이 관계를 정리하겠구나'
가끔은 저만이 이 관계를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웬만한 일에는 초연해 보이니까. 그리고 그건 꽤 비참합니다.
당신과 달리 저는 속상했던 건 꽤 오래 담아두니까, 저도 당신처럼 금방금방 털고 일어나면 좋을 텐데.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먼저 말하는 건 대부분 제 쪽이니까.
'네가 원하는 건 모든 좋다'라는 이야기는 언뜻 보면 절 배려 한 것 같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되니까(물론 당신은 정말 다 좋다는 거지만)
당신은 대체 저와 무엇을 꿈꾸고 있나요, 당신도 저처럼 스스로를 잘 모르는 걸까.
저희는 어제도, 그저께도 사랑한다며 통화를 했지만, 가끔 찾아오는, 이 기분은 저를 꽤 괴롭게 합니다.
지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