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역 화장실
스물일곱.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다.
누군가는 어리다고 할 수 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는 많이 보이는 시기다.
아직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꽤 늦은 것 같다.
제대로 된 직장도, 제대로 된 경력도 없다.
모아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집이 잘 사는 것도 아니다.
밤 10시 오랜만에 광화문에 갔다.
스물, 첫 직장 때 이후 혼자 이 시간에 이곳에 있는 것이 처음이다.
7년이 흘렀다.
스무 살에 불안이 엊그제 갖기도 하고, 너무 먼일 같기도 하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뜬금없이 이태원에 갔다.
밤거리를 즐겨보고 싶어서. 아직은 내가 젊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
지하철을 타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평일 목요일. 백수인 나와 달리 내일 일을 가야 할 텐데 다들 대단하다.
이태원 역에 내려 근처 화장실을 갔다.
여자애 두 명이 거울을 보며 떠들고 있다.
한 아이가 친구에게 화장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나보다.
떨리고 어딘가 기대에 찬 목소리다.
손을 씻으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머리는 꽉 틀어 올리고, 화장기 없이 안경을 쓴 모습이다.
확실히 어리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게 어딘가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차분하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선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적어도 스스로에게 떳떳할 것 같다.
직업이 없다는 건 자유롭지만 역시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7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나에게 휴식을 주었다.
그때는 당장 쉬지 않으면 어딘가 망가질 것 같았는데
4개월 가까이 쉬니 벌써 불안하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면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긍정과
어쩔 줄 모르는 부정이 충돌해서 항상 버겁다.
아마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그래도 오늘은 그만 생각하고 일단 이곳에 밤을 즐기자.
그래도 아직은 젊은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