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에너르기 파'를 생각하면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인 손오공의 손에서 발사되는 휘황찬란한 필살기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손오공이 아닌 대학교 때 전공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교수님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 대단한 책을 읽게 되면 마치 에너르기 파를 정통으로 맞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셨다. 나는 그 뜻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후 어떤 책을 읽고 그 느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강렬했지만 아프다기보다는 짜릿했다.
그 시절에는 책을 읽으면 종종 에너르기 파를 맞았다. 어쩌면 그 맛에 중독되어 책을 수 십 권씩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고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는 에너르기 파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럴만한 책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내 생각과 마음이 굳어서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후자의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요즘 들어 에너르기 파가 너무 그립다. 아파도 좋으니 시원하게 맞고 싶다. 아무래도 에너르기 파를 쏴줄 손오공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은 책에 빠져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