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 중이다. 6박 8일 일정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여행 3일째 되는 오늘 발생했다. 마사지를 받은 후에 2달러 혹은 인도네시아 화폐인 3만 루피아를 팁으로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내와 함께 마사지를 받고 한 분에게는 2달러를, 한 분에게는 3만 루피아를 드렸다. 그런데 약 20분 후 지갑을 확인했을 때 뭔가 잘못 됐다는 걸 깨달았다. 지갑에는 남아 있어야 할 50만 루피아가 아닌 3만 루피아가 있었다. 팁으로 3만 루피아가 아닌 50만 루피아를 준 것이다. 마사지를 받고 정신없이 팁을 주면서 실수로 잘못 전달한 것이다. 아차 싶어 다시 마사지 샵으로 돌아갔다. 가이드를 통해 카운터에 상황을 설명하니 팁을 받은 해당 직원에게 확인을 해보겠다고 했다. 잠시 후 카운터로 돌아온 직원이 내게 돌려준 것은 2달러와 30만 루피아였다. 그것이 내게 받은 팁 전부라는 말과 함께...
20만 루피아는 약 1만 8천 원이다. 사실 그렇게 큰돈은 아니다. 길에서 잃어버렸다고 해도 기분 좋은 해외여행 중에 실수임을 가정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액수가 아닌 마음이 문제였다. 발리에서의 친절했던 현지인들, 특히 마사지를 해주면서 해맑게 웃어주던 직원들에게 받았던 좋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누굴 탓하겠는가. 전적으로 나의 실수이고 내 잘못이다.
비록 마음은 아프지만 남은 일정을 생각하며 지금까지의 좋았던 추억이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팁이라고 줬는데 잘못 줬다고 돌려달라니 이게 웬 말일까. 오히려 나의 실수로 인해 자신의 양심을 팔게 된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부디 시간이 지나 자책하는 마음이 든다면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부터는 양심을 지켜야겠다는 다짐 정도만 했으면 한다.
발리는 아름답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하다. 부디 이 생각이 여행 끝날 때까지 그리고 이후에 내 마음속의 이미지에도 영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