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도 백기도 좋다
어떤 자세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나님 앞에 고민거리를 가지고 나아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해결해달라고 기도할 때,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나아가는가. 잘못된 방식 두 가지와 바람직한 모습의 두 가지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
볼펜으로 적은 오답지를 가지고 나가는 것은 가장 위험하다. 이는 한마디로 답정너의 태도다. 지우개로 지울 수도 없다. 아니 지울 필요도 없다. 내가 이미 모든 것을 다 정해두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명분과 자신감을 얻기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뿐이다. 하나님은 채점할 수 있는 권한과 정답을 알고 계신 유일하신 분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연필로 적은 오답지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 역시 위험하다. 그나마 지우개로 지울 수는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마음속에 어느 정도 답을 정해두고 '혹시 틀린 것은 없겠지요?'라는 식의 질문은 자아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잘못된 것은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 문제는 태도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모든 걸 맡기겠다는 태도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백지를 들고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계획은 내가 할지라도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오직 여호와 한 분이시다. 질문만 정확히 숙지하고 정답은 절대자에게 구하는 태도는 온당하다. 섣부른 판단으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으며, 틀린 오답으로 마이너스될 일도 없다. 그저 믿고 맡기자. 백지를 들고나간다는 것은 모든 일의 시작을 주님께 기도로 구하는 것이다. 다만, 백지를 가지고 나가더라도 하나님께서 불러주시는 정답을 바로바로 적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말씀과 기도 그리고 찬양이라는 세 과목의 선행 학습이 필수다.
백기를 들도 나가는 것 역시 좋은 자세이다. 승리와 패배를 주관하시는 심판자 하나님께 항복하고 복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앞에 엎드리는 것은 굴복이자 비굴함이지만,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것은 믿음이고 지혜이다. 하나님 앞에서의 백기는 패배의 깃발이 아닌 승리의 깃발이다.
하나님께 무엇을 구해야 할지 고민하기 전에 내 손에 무엇이 들렸는지 돌아보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