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뒤는 없다

by Nam

나는 선을 넘은 적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도 나의 선을 넘었었다.

선을 넘는다의 개념은 무관심이나 불호의 대상보다는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적거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면 상처 주고 상처받을 일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사람에게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과 상처도 큰 법이다.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나는 대학생 때 선을 넘었다. 대학시절 동안 가장 가깝게 지내던 동기이자 형에게 욱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한 것이다. 별거 아닌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던 중에 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있었고, 이에 기분이 나빴던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쳤다. 상황이 조금씩 격해지면서 서로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만약 여기서 멈춰버렸다면 다음을 기약하며 소중한 관계를 지속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기분이 너무 상한 나머지 나는 상대에게 화난 감정 그 이상을 표출하고 말았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여기서 끝날 게 아니라면 그래서는 안됐었다. 결국 그 사건 이후로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가 누구보다 멀어지고 말았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아끼는 후배가 나에게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시작은 언제나 허무하다. 장난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더 이상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후배가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단순한 화가 아닌 그 이상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출했다. 후배의 그 행동 이후 우리의 사이는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쿨하게 화해한 후 좋지 않은 기억은 다 잊기로 했었다. 그러나 마음은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상처가 깊은 만큼 회복해야 할 마음의 골 역시 깊었다. 지금도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선을 넘기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누구나 선을 넘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보지 않을 사람이라면, 혹은 이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면 선을 넘어도 된다. 그러나 순간의 짧은 선택으로 앞으로의 긴 세월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선은 마치 3.8선과 같아서 한번 넘는 순간 다시는 쉽게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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