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화(1)
갈등에 관한 연수를 준비하려 여러 영상을 보며 참고하던 중에, 협상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에 대해 본 적이 있다.
독일의 한 대학의 연구였는데,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협상을 주제로 한 연구였다. 집주인 집단과 세입자 집단을 설정하여 다양한 조건들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어떤 집단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연구였다.
연구 결과의 핵심은 본인들이 원하는 조건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집단일수록 서로에게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계약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짝이 둘 다 청년일 경우였고, 청년과 노인이 짝일 때, 노인과 노인이 짝이었을 경우 순으로 만족도 차이가 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많은 경험과 생각으로 인해 조건을 이리저리 재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카드를 나중에 꺼내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는 것에 실패를 겪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고 명확한 어조로 설명하기보단,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의 패를 먼저 드러나게 하는 것이 본인들의 협상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대화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적 특성상 대화에 맥락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대화에서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매우 꺼려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요구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눈치 없고 약간은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유교 문화권에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돌려 말하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대화의 특성 때문에 많은 오해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친한 지인이 본인이 일하는 학교에서 상조회 총무를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경력이 오래된 선배 교사 자녀의 결혼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지인은 사실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 선배교사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결혼식 장소와 시간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 선배교사는 번거롭다며 그 사실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줄 것을 당부했다. 지인의 거듭된 물음에도 그 선배교사는 극구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사양했다. 지인은 두 번을 요청해도 사양하는 선배교사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인은 다른 선배교사에게 불려 가 눈치가 없다며, 한 번은 더 물었어야 했다며 핀잔을 들어야 했다.
상황과 정도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맥락성이 높은 대화를 한다면, 우리는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말속의 숨은 의도를 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대화는 관계형성의 매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어 간다. 물론 공유하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도 관계를 쌓아 올리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하지 않고는 관계를 시작할 수 없다. 좋은 일상적 대화가 좋은 관계를 만든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나의 협상이라고 본다면 좋은 협상의 결과는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상적인 대화는, 솔직하고 분명한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