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8] 이해의 열쇠

채워짐과 결핍

by 명경

사람은 채워져야 살아갈 수 있다. 여기에 타인을 이해하는 열쇠가 있다. 이것을 깨닫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편해졌다. 채워짐과 결핍을 이해하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언짢아 짜증을 냈거나 물의를 일으켰을 때를 떠올려 보자. 나는 무언가로 충만한 상태였는가, 아니면 어딘가에 쫓긴 듯 마음이 바닥나거나 몸이 지친 상태였던가. 앞뒤가 불분명하다고 느낄 수는 있으나 소진되어 있는 상태의 당신은 불안하다.

세상이 아름다울 정도로 충만할 때에는 누가 뭐라 하던 넘어갈 수 있지만, 여유가 없고 결핍과 상처로 몸과 마음이 얼룩져 있다면 작은 균열에도 폭발한다. 당연한 진리다. 하지만 이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내 마음의 생채기도 줄어든다. 특히, 관계의 문제나 사람을 대할 때 겪는 많은 갈등의 시작점에서 이 시점으로 타인이나 나를 바라보면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많은 문제들 중에서, 상대가 내가 생각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할 때가 있다. 직장동료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다. 나처럼 교사라면 악성 민원인일 수도 있고 학생일 수도 있다. 이럴 때 대부분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 못 할 인간이나 몹쓸 사람으로 보게 된다. 불행하게 이런 경우가 겹친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느냐 스스로 질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대에게 채워지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이 생긴다. 상대를 대하면서 과연 상대의 어떤 결핍을 통해 이런 갈등을 만들어내는가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채움의 지점도 보일뿐더러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최대한 지켜낼 수 있다. 상대보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내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 보시라. 단순하게 예를 들면, 이상하게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나있어, 가까운 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나에게 채워져 있지 않은 무언가를 고민해 보라. 쉬지 못했거나, 잠을 못 자 휴식이 필요할 수도 있고, 지속된 좌절로 인해 나에 대해 의심이 들고 있을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채움의 지점이 필요한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시선으로 문제 행동을 바라보면 상대방을 이해할 것도, 나를 이해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사람에게는 많은 종류의 연료통이 존재한다. 그 연료통은 바로 욕구다. 내가 혹은 상대가 어떤 연료통에 연료가 비어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그에 맞는 연료를 채워 넣을 것이다. 사람도 채워져야 제대로 간다. 상대방의 고약함에 몸부림치기보다 그가 채워지지 않았음에 연민하길 바란다. 또 나의 어리석음을 자책하기보다 나를 잘 채워서 힘내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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