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전환(3)
두 번째 부작용은, 갈등이 좀처럼 맺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과거 힘이 모든 갈등을 해결하던 시대에서는 선거처럼 승패가 분명히 나뉘었다. 힘의 차이만 분명하다면 갈등은 쉽게 갈음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부분의 갈등은 그렇지 않다. 사회의 구성원들이나 집단 간의 힘이 거의 비슷하다 보니, 갈등의 물리적인 시간이 길어지고 그 승패가 쉽사리 결판이 나지 않는다.
평등의 시대는 힘의 균형과 함께 인간에게 자유와 권리를 주었지만 역설적으로 갈등의 시간을 길어지게 만들었다.
거기다 힘의 게임에서 지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는 학습된 무의식은 갈등을 순식간에 첨예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쉽게 해결될만한 이웃 간의 갈등이 법적 소송까지 이어진다. 공동체의 힘이 무너지고 그 힘이 개인으로 분산된 결과다.
여기서 개인의 힘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공동체를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발생한다.
개인적인 갈등뿐 아니다. 지역 간의 갈등, 남녀갈등, 세대갈등처럼 다양한 사회갈등들은 수년째 해결의 방향성조차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상대진영의 실수를 물어뜯고, 다양하고 정교한 논리들을 세운다.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그 속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갈등해결의 진전을 막는다.
다양성이란 키워드는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어이다. 다양성이 인정된다는 것, 상황에 따라 어떤 것도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회를 나아가고 발전시켜 우리를 풍요롭게 했지만, 사회 갈등의 측면에서 보면 각 입장의 논리를 강화하는 방편이 되기도 했다. 모두가 옳다고 믿기에,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스라엘, 하마스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들의 이해관계만 얽혀있지 않고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세력들이 얽혀있다 보니 어느 쪽이든 자꾸 다른 힘이 실린다. 힘의 차이가 결과로 이어지는 전쟁마저도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끝나지 않고 비극의 크기만이 커지고 있다.
갈등의 장기화는 끝내 혐오로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시선을 돌리고 방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