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조선시대 멜로와 액션(3)
글의 처음은 과거 동궁전에서 벌어졌던 세자빈 실종 사건의 장면에서 시작한다. 첫 장면에서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내가 한 이야기의 설정은 세자빈을 죽이고자 하는 세력이 있었지만, 또 다른 제2의 세력 또한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세자빈을 죽이고자 했던 세력은 누구든 짐작할 수 있겠지만, 다른 세력의 정체는 극을 진행하면서 서서히 밝혀질 것이다. 그로 인해 세자빈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태로 2년 정도가 흐른 것이다. 그러니까 첫 번째 세력은 본인들의 임무를 완벽하게 이행한 상태는 아니다.
이야기를 전부 설계해 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정은 가변적이다. 혹시 이 소재를 활용해 글을 창작하는 이가 생긴다면 그 사람의 몫일 것이다.
이 사건의 여러 가지 의문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그 시작은 한양으로 가는 어느 산길에서 시작한다. 세자빈 간택을 위해 도성으로 가는 여주인공 일행이 있다. 그리고 남주인공 일행은 여주인공 일행의 호위로 가고 있다.
남주인공은 북방에서 왕의 부름을 받아 궁으로 가고 있다. 이유는 대군인 남주인공의 혼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남주인공의 혼사는 이번 세자빈간택에서 떨어진 이와 혼인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소문으로 돈다. 두 주인공이 한양으로 가는 시기가 겹쳤고, 국경의 수비를 맡고 있던 장군이 여주인공 집안과 각별한 관계였고 남주인공에게 부탁을 해서 그 일행을 호위하게 된다. 물론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의 정체를 몰라야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이다. 또 엄청난 실력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일행의 태도나 모습을 통해 모습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세자빈 후보들을 습격하는 무리로 인한 한바탕 소동을 겪고 일행들은 궁에 도착하게 된다.
이후에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각종 음모들, 진실이 펼쳐진다. 세자빈 간택과정이나 주인공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등 흔한 클리셰들과 집중될만한 이야기로 절절하면서 호쾌한 액션과 멜로가 적절하게 섞인 소설을 쓰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쓰다만 이 이야기의 첫 부분을 부끄럽지만 공개하면서 마무리하겠다. 언젠가 다시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이야기가 다른 사람 손에서 탄생한다고 해도 즐거울 것 같다.
궁궐이 시끌벅적 하다. 그날은 왕과 대소신료들이 동교로 사냥을 나가는 날이었다.
어느 때 보다도 훨씬 굉장한 인원과 규모였다. 출발하기 전 왕과 왕세자 앞으로 도열한 문무 백관들과 악사들, 수행인원들과 경호인원들의 모습과 규모는 화려하게 날리는 깃발들과 함께 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수행을 관장하는 내명부와 내시부, 그리고 경호를 도맡은 궐의 병사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이는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백성들에게 각인 시킬 필요가 있다는 대신들의 때 아닌 의견때문이었다.
이 의견을 수용한 데에는 좌의정인 김호정 대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왠일인지 그가 일선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런 의견을 내고 주장했던 이들이 김호정 대감의 수족들임을 궐내에서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행차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화려한 위용을 뽐내는 어가로 자리를 옮겼다.
웅장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거대한 인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왕의 사냥 행렬이 시작되었다.
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동산의 숲속에서 왕의 행차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눈에 잘 띄지 않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한 낮인데도 불구하고 그들 옷의 색과 무늬들이 이상해서 자세히 살피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왕의 사냥 행렬에 고정되어 있었다.
역사에선 사냥을 나간 왕을 암살하려 하거나 반란을 이르키려는 시도들이 많았다. 사냥을 나갈 사냥터를 미리 안다면, 사냥터는 주로 숲이기 때문에 군사를 매복 시키기도 편했고, 왕의 성격상 사냥을 나갈때, 경호규모에 무딘 왕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왕을 시해하려한다거나, 역모를 꾸민다고 하기에는, 그들에게서 극도의 긴장감이나 결연한 의지 또한 찾기 힘들었다.
또 이들은 누가봐도 수상하고, 무장을 한채 왕의 행렬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왕을 습격한다거나 군사를 일으켰다기에는 규모도 적었다.
그럼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이자리에 모인 것일까?
왕의 행차는 점점 멀어지자 그들은 왕의 행차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거대한 규모의 행렬이 남기고 가 먼지만 날리는 궁궐쪽으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작한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은밀하고 빠르게 숲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상한 것이 있다면, 그들이 향하는 곳은 왕이 있는 쪽이 아니라 궁궐 쪽이라는 사실 이었다.
그 시간 세자와 세자빈이 머무는 동궁전 또한 한산했다.
세자는 사냥을 따라나가 세자의 거처는 텅텅 비었고, 사냥을 따라나서지 않은 세자빈의 거처에만 작은 인기척이 날 뿐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다수의 인원이 궁을 비웠다고는 하나, 마치 누가 지시라도 한 것처럼 동궁전의 경계인원은 적은 듯 보였다.
누군가 침입한 뒤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뛰어난 실력자라면 그 흔적조차 알 수 없을 듯 보였다.
동궁전의 후미진 곳으로 한무리의 인원들이 침입 하였다. 얼마 전, 왕의 행차를 지켜보던, 그들이었다. 그들의 기척없는 움직임과 몸놀림으로 보건데, 전문적으로 훈련된 자객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들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건물 안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고요하던 동궁전에 호각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삐----삐----’
“동궁전에 침입자가 발생했다!”
“침입자다!”
동궁전에 침입해 있던 자객들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듯 당황한 기색이 영력하였다.
“어떻게 합니까?”
“음..철수 한다.”
그들은 순식간에 그 자리를 벗어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궁을 지키던 병력들이 동궁전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가지 드는 의문점이 있다면, 호각소리와 병력이 모이는 시간 사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자객들이 사라지고, 그 뒤를 두 인영이 신속한 움직임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날은 세자빈 실종 사건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일어난 날이었다.
1
달그락, 달그락
그리 크진 않지만 꽤 긴 행렬이 어느 숲길을 지나고 있었다. 행렬의 말미, 한 미남자가 수레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어두운 무복과 풍기는 분위기는 백전노장의 그것과 닮아 있었지만, 얼굴은 흐르는 기품을 숨길 수 없는데다, 많이 봐도 약관이나 될법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어떤 경험과 인생을 살아왔을까?’ 그의 지금 모습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뭔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며 장난기가 생겼다.
“형님!”
그의 옆에서 말을타고 걷던 한 사내가 그를 불렀다.
“그래 진명아, 너도 느꼈구나, 그냥 산도적 같지는 않은데?”
“네 형님, 풍기는 기도가 그냥 산도적 같지는 않습니다. 헌데, 왜 이런 사가의 행렬을 향해 다가 오는 것일까요?”
“살기가 있지는 않으니 우선은 두고보자. 심심했는데 무슨 일인지 구경이나 해보자. 앞으로 가 동생들에게 나서지 말라 이르거라.”
“네! 명을 따르겠습니다.”
“쉿! 여기가 군영도 아닌데 왜 그런 말투를 쓰느냐, 고지식한 놈..쯧”
“송구합니다. 형님! 습관이 돼놔서…”
진명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달려 행렬의 앞으로 나아갔다. 둘은 행렬을 제외하고는 누구하나 없는 조용한 숲속에서 무슨말인지 모를 대화를 나누었다.
…
행렬의 중앙, 가마옆에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한 중년의 여성이 훌쩍이며 가마를 따라 걷고 있었다. 가마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유모, 아직도 그런거에요? 이제 그만 훌쩍이세요. 제 마음이 아픕니다.”
“맞아요. 계영아줌마, 우리 아가씨 미모로 따지면, 조선 전체를 뒤져도 없을 미모인데, 미모 뿐인가, 우리 아래것들에게 하는 모습을 봐도 성품이면 성품 인품이면 인품, 지적인 면모까지 모든걸 갖추신 분인데 반드시 세자빈으로 간택이 되고도 남을 거에요, 뭘 그렇게 초상집이세요”
중년여성 옆에 한껏 들뜬 표정의 귀여운 여종이 대답했다.
“화영아 그래서 문제인거야! 아가씨가 초간택이나 재간택에서 떨어지겠느냐. 삼간택에 드는 것은 기정사실로 봐야할텐데…. 아가씨, 이미 도성에는 세자빈에 내정된 여인이 있다는 소문도 있고.. 저는 도성에서 살 때 보다 대감마님이 낙향해서 사시는 지금이 훨씬 행복한데, 왜 또 그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려는지 모를뿐입니다..”
“괜찮습니다. 유모, 저는 수동적으로 사는 아낙의 삶이 싫을 뿐이에요. 세자빈 간택에 참여하는 것도 제 힘으로 제 지아비를 정하고자 함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결과가 좋다면 여인의 힘으로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여정에 오른것이니 염려치 마세요.”
“.....하지만 세자빈이 된다하더라도 아니더라도, 삶은 너무 가혹할겁니다.. 아가씨..흑흑”
“그 또한 감수하고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번 세자빈 간택은 예외로 삼간택에 뽑힌 여인들이 세자빈이 되지 않더라도, 세자저하의 동생인 무명대군의 빈이 될 기회가 있다하니 전보다 가혹하지는 안을겁니다.”
“그 본 이가 없어, 곰보라느니, 병신이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느니, 하는 소문만 무성한 대군말입니까? 그건 절대 안되요 아가씨! 얼마나 하자가 있으면 왕실에서도 끼워팔기 하는 식으로 짝을 지어준답니까 안되요. 안되..!!”
유모의 화들짝놀란 대답에, 가마에서는 가벼운 웃음소리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 순간 행렬의 끝에서 말한마리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화영은 말했다.
“계영아줌마, 근데 저분은 누구셔요? 어찌 저리 멋있게 생기셨대요?”
화영은 말을 타고 행렬의 선두로 이동하는 진명을 보고 물었다.
“주인 어르신과 연이 있는 분이 소개해 주신 분들인데, 우리 일행을 한양까지 수행해주신다고 하는구나. 나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아 그렇구나.. 말을 타는 모습이 어찌 저리 멋있는지 모르겠어요. 좀 있다 쉬는 시간에 말이나 한 번 걸어봐야지”
“허튼 짓 하지말고 얌전히 있거라.”
계영이라는 중년의 부인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치 친딸을 보는 것처럼 다정히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