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6] 발레

by 명경

아내가 취미로 발레를 하고 있는데 오늘 춘천발레페스타 공연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공연진들은 초청된 국립발레단 단원에서부터 취미 발레반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가 발레엔 여간 흥미가 없어, 발레를 좋아하는 아내는 항상 발레 공연을 장모님이나 아이와 가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가 무대에 서다 보니, 나에게 불참이라는 선택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장모님과 딸아이와 함께 공연장에 도착했다. 좌석이 지정석이 아니라 선착순이라 조금 빨리 도착하게됐다. 그러다 보니,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런 공연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 덕에 글감이 생겼다.

평소에 어쩔 수 없이 발레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주로 의자에 앉아 클래식 발레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잠을 청하곤 했는데, 맨 앞자리가 주는 강렬한 사운드와 조명은 내가 잠을 잘 수 없게 했고, 오늘따라 유난히 내가 자는 게 맘에 들지 않았던 딸아이 또한 나를 방해했다. 또 지난번에도 아내가 공연 무대에 선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순서가 앞 쪽이라 아내 공연을 보고 나가서 앉아 휴식을 취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10팀의 공연 중 7번째의 순서였다. 자리도 맨 앞자리라 중간에 공연장을 나서기도 어중간했다. 결국, 나는 10팀의 발레 공연을 오롯이 감상해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롯이 감상했던 발레가 나에게 발레의 즐거움을 알려주었다면 너무 아름다운 결론이었겠지만, 난 절대 발레를 좋아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늘은 근 몇 년 동안 하품을 가장 많이 한 날이었다. 그래도 꽤 실력 있는 발레팀들도 공연에 나선 터라 많은 관객들이 감탄을 연발하고 함성을 질러 댔지만, 난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곁에 계시던 장모님도 당신이 어떻게 바로 앞에서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볼 수 있겠냐며 상기되셨고, 박수갈채와 환호를 보내셨지만 난 도무지 어떤 지점에서 호응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클래식도 좋아하고 오페라며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것을 즐기고, 선호하는 편인데 발레는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도 멋있는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으로 제발 끝나기를 바라고 또 바라던 중에 문뜩, 사람은 정말 다양하고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사람은 발레가 너무 좋고, 나 같은 사람은 발레는 죽었다 깨어나도 좋아질 일이 없을 것 같다. 꼭 발레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리 만무하고, 반대도 마찬가지일 테다. 사람들은 우리 부부처럼 그러한 각자를 이해하면서 살아가야겠지.

어쩌다 맨 앞자리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 발레공연은 나에게 인간에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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