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6] 가지 않은 길

by 명경

딸이 초등학교 배드민턴부에 들어가면서 대회에 나가는 일이 많아진다. 덕분에 대회 응원차 국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나는 어딜 돌아다니는 것도 차를 장시간 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집돌이다. 당연히 여행을 즐기지 않는 나는 우리나라에 가본 지역보다 안 가본 지역이 훨씬 많다. 그래서 딸의 배드민턴 대회를 응원차 가는 지역들이 처음 가본 곳이 많다. 강진, 합천, 부안, 서산처럼 살면서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게 됐다.

오늘도 어제 몇 시간 동안 차를 달려 전북 김제라는 곳에 왔다. 이곳도 내 일생에 발 한 번 밟아보지 못한 동내다. 우리나라도 얼마나 다양한 동내가 있는지 신기하다. 돌아다니다 보면, 지명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여하튼 지금까지 나이 먹을 때까지 돌아다닌 것보다 요즘 훨씬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딸아이 경기도 봐야 하고 워낙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그 동내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돌아다니기는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그 지역만의 정취를 느끼는 일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난번 합천에 갔을 때 여유가 좀 있어, 합천 이곳저곳의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겨본 일이 있었다. 나에게 이런 여행은 여전히 즐거움의 영역이라기보다 귀찮음의 영역이지만, 그때의 기억이 마냥 힘들고 지친 기억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이런 여행이 마냥 싫지만은 않아 졌다.

오늘 춘천으로 돌아오는 차 밖으로 해지는 가을 노을과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이 그리 좋아하는 계절은 아니지만, 그 풍경만큼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너무 싫어하고 배척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겨울이 다가오는 냉랭함과 쓸쓸함이 있지만 아름다움이 함께 공존하는 가을 하늘처럼 세상 모든 것들은 양면이 있을 것인데, 나는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하여 그 길의 단점만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MBTI 연수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우리가 MBTI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그 성향에 맞게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에겐 각각의 성향의 에너지가 다 존재한단다. 쉽게 E인 성향,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도 I의 에너지를 똑같이 가지고 있는데, 평소에 E에너지를 가져다 쓰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E성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E성향의 에너지만 너무 소모하면 결국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에 I에너지를 적절하기 쓰기 위해 성향파악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이제 가지 않은 길을 가볼 용기를 가져봐야겠다. 그 길이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삶의 에너지를 더해줄 수 있음을 느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