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든 닥쳐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웬만하면 미루는 타입이다. 부담스럽거나 하기 싫은 일일 수록 더 심하다. 기한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무슨 일이든 아슬아슬하게 하는 타입이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여유 있게 일을 한다면 당연히 마음이 편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글쓰기도 그러하다. 항상 마감시간이 다 돼서야 글을 쓰기 시작해서 아슬아슬하게 글을 올린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고 생각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을 쓸 주제들을 떠올리거나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럴 때, 글을 쓰려고 자리를 잡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항상 10시, 11시는 되어야 글을 쓰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되면 시간에 쫓겨 원래 쓰려던 글을 미루게 되고, 즉흥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
이제 글을 쓴 지 74일이란 시간이 흘러, 글 쓰는 일이 나한테 스며들었고,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되었다. 또 내가 글을 쓰고 누군가 그것을 읽어준다는 생각에 설렌다. 반면, 압박감도 생기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이 어느 순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글에 누가 점수를 매기지는 않지만,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글쓰기를 과제처럼 느끼고 있나 보다.
초심이 좀 필요하다. 글을 쓰려고 했던 시작점으로 돌아가자.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성장해도 되지 않나, 조바심한다고 빨리 성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조금 틀리면 어떻고, 모자라면 어떠한가. 틀린 것이 있으면 바로잡고, 모자라면 천천히 발전하면 되는 것을...
요 며칠 좌절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여 다행이다.
하루아침에 대단한 성을 쌓아 올릴 수 없다. 천천히 가면 된다. 조금 틀려도 조금 모자라도 괜찮다. 가다 보면 언젠가 깊어지겠지. 자유롭게 써보자. 주위의 시선들도 압박으로 느끼지 말고 응원으로 느끼면서 즐겁게 글을 쓰자. 글을 쓰다 보니 난 생각보다 글 쓰는 일이 좋다. 일을 미루다 닥쳐서 하는 것이 버릇이 된 것처럼, 생각하고 관찰한 것도 꼭 글로 남겨야 하는 것도 버릇으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