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3] 일기

by 명경

어제의 과음과 상관없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엄마의 생신과 김장을 도와드리기 위해 강릉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아내가 어제의 여정을 이해해 준 탓에 조수석에서 눈을 좀 붙일 수 있었지만, 아내도 이런저런 이유로 전날 잠을 많이 자지 못해 피곤한지라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편치 않은 마음보다 내 상태가 좀 더 좋지 않아 잠을 자야만 했다. 또 중간에 아내가 출장으로 내린 후엔 내가 운전을 해서 집으로 향해야 했기에 휴식을 택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아내의 출장지에 도착해 아내를 내려주고 나와 딸은 강릉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께서는 절인 배추에 김치 속을 넣고 계셨고, 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그 작업에 합류했다.

딸아이는 뭐가 신기한지 한참을 쳐다보다가, 뻘건 김치 속이 자신이 아끼는 옷에 묻을까 이내 자리를 피했다. 부모님께서 많은 일들을 이미 해놓으신 터라 2시간 남짓 일을 하다 보니 김장이 끝났다.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일을 하셨단다. 도착하여 함께 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항상 부지런하셨던 분들이라 해야 하는 일을 미루시기 힘들었을 것이다.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대신하여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와 함께 김장을 마무리하던 동안 아빠와 딸이 사 온 고기로 수육을 해서 밥도 맛있게 먹고 딸아이와 로블록스라는 게임도 했다. 나도 게임을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새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로블록스가 나에게는 좀 어렵고 재미가 없었다. 딸아이가 같이 하길 바라서, 하려고 하긴 하는데 통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큰일이다. 그래도 아직도 아빠와 같이 노는 걸 좋아하는 딸아이가 고맙다. 다음엔 좀 더 신나게 놀아줘야지.

아내의 출장이 끝날 시간이 다가와 다시 아내의 출장지로 차를 달렸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아내의 출장지에 도착했다. 아내가 없어, 연락을 했더니 거기가 아닐 거란다. 다행히 그곳을 나와 조금만 더 가니 아내가 보였다. 딸아이는 오랜만에 할머니와 붙어있으라고 두고 온 터라 둘이 오붓하게 왔던 길을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인사를 드리고 잠시 나가 내일을 위해 케이크도 샀다.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원래도 피곤했고, 김장도 도운 데다 운전도 많이 했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아 오늘의 일기를 주욱 써 내려가는 중이다. 모두들 피곤했는지 잠을 택해서, 타닥타닥 타자소리만이 방 안에 감돌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다 보니 글로 옮기진 않았지만 반성해야 할 것들도 보이고 뿌듯한 것들도 보이고 아름다운 장면들도 보인다.

가족들에게 틱틱거린 적이 있는 것 같아 반성하고, 가족들을 도운 적이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가족들이 함께 만난 장면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리 다정다감한 3대는 아니지만, 난 이 모두를 사랑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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