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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벽한오늘 Sep 18. 2023

아이가 귀신꿈꼬또 했을 때, 엄마의 대처법



나는 평소 아이보다 늦게 일어난다. 


아침잠이 많고, 새벽까지 공부하며 늦게 잠을 자서이기도 하다.

어느새 이 풍경은 익숙해져서 아침잠이 없는 남편은 일찌감치 일어나 아이에게 먹일 과일 등을 챙기고, 출근한다. 

아이는 과일 등을 먹으며 패드 학습을 하다가 알람에 맞춰서 준비를 시작한다. 


퇴사한지 4개월째, 어느새 아침 풍경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바뀌었다. 


오늘은 아이가 거실에서 패드 학습도 하지않고, 침실로 들어왔다. 


나는 일어날까 말까를 고민하며 꼬물딱거리고 있었다. 


왠일인지 아이 표정이 좋지않다. 


월요일이라서 학교에 가기 싫은 탓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이 얼굴이 생각보다 무슨 걱정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눈에 눈물이 슬며시 차오르며, 촉촉한 눈과 움찍거리는 입꼬리가 불안하다. 

울듯, 말듯한 표정이다. 

한참을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 엄청 기운이 안 좋은 꿈을 꿨어"





"기운이 안 좋은 꿈? 귀신 꿈꿨어?"


"귀신은 아닌데 그런 느낌?"


흠... 이럴땐 어떻게 반응 해 줘야할까...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키클라고 그래 키클라고~"


흠.. 긴장된다.

아이에게 통할까?


"키 크는데 안 좋은 꿈을 꿔?"


"깜짝 놀라면 근육도 놀래서 늘어나니깐?"


"나 놀래지는 않았는데?"


역시 안 통한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아이를 찜찜한 기분으로 학교를 보내고 싶진 않다. 


"흠.. 꿈 이야기를 해봐"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어"


"그럼 묘사를 해봐 뭐든"


"묘사가 뭔데?"


"니가 본 것, 느낀 것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 해봐주는거?"


"음.. 누가 무덤을 파고 있었어"


"누가? 니가? 귀신이?"


"아니, 누군지 모르겠어"


"그래서? 무덤 옆에는 뭐가 있었는데?"


"무덤을 파는 그 장소가 기운이 안 좋았어. 향도 피우고 제삿날 같았어"




헉.. 꿈이 내가 꿨다고 생각해도 찜찜하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이럴땐 농담으로 대처 해 볼까?


"지 무덤 지가 파는 사람이나 귀신인가?"


아이가 어이없는 표정이다. 


"뭔말이야~~~~"


역시 농담도 안 통한다. 


"아니야, 미안"


그럼... 다른 방법이 뭐가 있지?


"꿈이란 것은 나의 무의식이 표현되는 것이기도 해.

예지몽만 있는 건 아니야.

니가 지금 불안한 일이 있는 거 아닐까?

가령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 싫은 거야.

월요병이라고 하지"


"그래?"


먹혔나?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려나?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뭔가 찜찜해 ㅠㅠ

기운이 안 좋아"


역시 그러려니가 안 되겠지.

나라도 그렇겠다. 


어쩔 수 없다. 

그저 안아주는 수 밖에..

아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아이는 곧 울 것 같다. 

여전히 불안하고 무서운 것 같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하잖아?"


학교를 쉬게해야하나..

순간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일로 학교를 안 보낼 순 없지


"그지? 니가 좋아하는 예성이 있잖아. 

학교에~ 니가 사랑해마지않는.. 

그 친구랑 놀다보면 잊어지지 않을까?"


아이는 아무 말이 없다. 

불길한 기운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나보다. 


"이제 준비해야돼. 

이제 안 하면 지각하는데"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 얼른 양치먼저 해"


그렇게 아이는 학교갈 준비를 한다. 


나도 일어나서 아이가 가져갈 물을 챙기고 집안 정리를 했다. 

신랑은 언젠가부터 이브자리도 정리하지 않고 간다. 

퇴근하고 오면 이야기 해야겠다. 

베겟잇을 한 번 빨아야겠네.

설거지해 놓은 그릇은 왜 이렇게 많은거야..


이런 생각으로 순간 아이의 불안함은 잊혀져갔다. 


그 때, 아이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나 아직도 불안해"


아, 이제야 내가 아이의 불안은 깜빡 잊고 있었구나.

깨닫는다. 

이런.. 

아이가 그렇게 불안해 하고, 나는 그렇게 고민했으면서 그새 또 잊다니..

내 자신이 황당하다.


"그러니깐... 어쩌지.."


"엄마, 나 타로점이라도 봐줘"


맞다.. 

타로점..


나는 타로를 공부했고, 타로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있다. 


이전에도 타로점을 봐줬었는데, 아이가 꽤 흥미로워했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래~ 엄마가 점 봐줄께. 걱정마"


아침시간, 갑자기 우리집 거실은 타로점집이 되었다.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카드를 섞었다. 


카드를 정돈하고, 아이도 마음을 차분히 다잡도록 한다. 


"타로 점은 믿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 알지?

니가 지금 궁금한 것 등 니 마음에 집중해봐"


"알겠어"


이런 의식들은 타로점을 신뢰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타로를 펼쳤다. 

무지개 모양으로 타로카드들이 펼쳐졌다. 

촤악~

타로카드가 펼쳐지는 순간은 언제나 두근두근하다. 

어떤 카드가 나올지..

제발 좋은 카드가 나와라..

이 상황만큼은 타로 상담사보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기다리게된다. 

무엇보다 아이의 불안을 씻어줄 카드가 나왔으면 한다. 


"자, 카드 세 장을 뽑아봐"


"카드 세장?"


"응, 뽑아서 순서대로 자리에 놓고"


"알겠어~"


카드 세장을 차분히 뽑는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한 장의 카드를 더 뽑는다. 


카드를 한장씩 뒤집어본다. 

두근두근

한장, 두장, 세장..

내가 뽑은 카드는 아직 뒤집지 않는다. 

세장의 카드를 모두 해석한 후에 내 카드를 뒤집어야한다. 

내 카드는 조언자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자, 오늘 하루 운을 봐줄꺼야.


첫 번째 카드는 아침, 두 번째 카드는 점심, 세 번째 카드는 저녁이야.

그리고 엄마가 뽑은 건 조언자의 카드야.


니가 뽑은 카드를 보고, 엄마가 조언자의 카드로 조언을 해 줄꺼야."


"응응"


아이가 진지하게 카드를 바라본다. 

문득 진지한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깨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앗차, 

하지만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 카드는 펜타클(동전: 성과나 금전, 보상 등을 상징함)이 보인다. 

아싸~

그리고 왕과 왕비

좋았어~ 


"야~ 너 오늘 운은 진짜 좋은데?"


"그니깐 이거 돈 아니야?"


"성과나 금전적 보상 같은 것을 말하는 거야"


"그래?"


아이 얼굴에 화색이 돈다. 


요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부푼 꿈을 꾸고 사는 중이다. 


"아침에는 고민이 좀 있네, 달과 별이 떠 있는데, 물은 내면이야. 

생각도 있고, 복잡한 것에 둘러싸여서 마음이 소란한 모양이네"


"헉.. 맞어. 지금 그렇잖아"


"근데 봐봐~ 점심은 왕이 펜타클을 들고 있어. 

장난아니네, 

왕은 안정적이고 카리스마있는 최고 권위자잖아.

근데 동전까지 손에 쥐고있어.

니가 가질 수 있는 성과로 볼 수 있어"


"진짜? 나 어제 올린 유튜브 영상이 대박나나?"


"그럴지도 모르고,

그리고 저녁은 또 여왕이 동전을 들고 있네.

여왕은 풍요로움을 상징하잖아. 

여왕은 심지어 두 손으로 동전을 들고 있어.

이것은 풍요로운 성과를 손에 쥔다고 볼 수 있어"


"아~ 진짜? 유튜브 대박나서 수익창출하나봐?"


"그럴지도 모르지. 

엄마의 조언자 카드 열어볼께"


내가 뽑은 카드는 여왕이 완즈(막대기: 실행과 움직임, 기동력 등)를 쥐고 있다. 


"엄마의 조언은 이거야"


아이가 침을 꿀꺽 삼킨다. 


"어서 학교에 가라~"


"엥?"


"맞아, 막대기는 행동하라는 거야.

이동, 움직임, 변화.

여왕이 쥐고 있잖아.

학교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꺼래"


"그래?"


"응응"


다행이다. 

아이 표정이 밝다. 

그리고는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니면 예성이가 오늘 나한테 콜팝을 사주려나?"


"아빠가 용돈을 더 줄 수도 있지"


"그런가?"


"역시 이 운은 유튜브 영상 대박나는데 쓰였으면 좋겠어"


"뭐든~"


다행히 아이는 불안을 잊은 듯 하다. 

심지어 아이는 지금 신이 나있다. 

그리고 계속 종알종알 말을 이어간다. 


"실은 너무 불안해서 점을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러다가 타로점이 생각난거야"


"그래~ 잘 생각했네.

좋은 생각이야.

엄마가 점을 보는데 굳이 어디 가서 볼 필요는 없지"


"그지~

잘 한 것 같아.

유튜브 대박났으면 좋겠다."


타로공부를 한 것이 이렇게 써먹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유용할 수가~

다음에도 아이가 불안할 때나 걱정있을 때 써먹어야겠다. 


"아침 상태는 정말 잘 맞춘거 같아.

소름~ 어떻게 그렇게 맞게 나오지?

타로가 과학적인건가?"


"아니, 타로는 과학이라기보다는 기운이지.

사람의 기운을 쉽게 보면 안돼.

연금술사라는 책에서도 그래.

생각하는 대로 기운이 움직여서 환경이 변화하게 되는 거야."


"그래?"


"그럼, 운이라는 것도 너무 중요한 삶의 요소 중 하나야"


"그렇구나"


이렇게 아침 타로 점집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아이는 신이 나서 몇 번이나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섰다. 


나는 여느 날처럼 문을 나서는 아이에게 외쳤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아이도 기분좋게 외친다. 


"엄마도~"


오늘도 행복한 하루, 이번주도 행복한 한주가 아이에게 전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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