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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 flotte May 05. 2023

이러한 무서움을 느끼는 못하는 철학 따위는

철학자들이 내게 말한다면 나는 아주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모른다. 어떤 흥분되는 생각을 만나게 되어 그 생각을 놓지 않으려 애쓰면서 당장 어떻게든 글을 쓸 수 있는 곳으로 갈 때 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동안 나의 심장은 실제로 다소 평소보다 빠르게 뛴다. 물론 전혀 기분은 나쁘지 않다. 인간은 흥미 있는 일에 빠지게 되면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도 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긴장감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모른다. 사실은 내 심장이 어느새 조금 약해져서 사실은 그렇게 심하게 뛸 만한 상태가 아님에도 이미 약해진 심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뛰고 있는 것인지도. 다시 말해 나는 이정도의 두근거림을 자연스러운 긴장상태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내 심장은 혹독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인간의 심장이 인간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소 위험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뛰다가 내 심장은 갑자기 자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인간에게 심장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바꾸어 묻고 철학자들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철학적 깊이에 조금 더 가까이 가는 셈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철학적으로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철학자들이 내게 말한다면 나는 아주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나는 철학적인 개념들보다 내 심장이 괜찮은지 실제로 궁금하고 내 심장이 만일 많이 좋지 않다면 그로 인해 모든 철학적 개념들은 아주 쉽게 무너져버릴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무섭다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무서움을 느끼는 못하는 철학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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