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일이 그날의 시험에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대학 합격 여부가 내 인생을 결정할 만큼 큰 문제로 여겨졌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날은 인생에서 중요한 하루일 뿐, 내 삶 전체를 좌우할 날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임용고시를 준비했습니다. 몇 번의 낙방을 거듭하는 동안 친구들은 합격의 기쁨을 누렸고, 저는 그런 친구들과 비교되는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시험에 진정한 열망을 품은 적은 없었습니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합격에 대한 확신은 없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다는 걸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와 안정된 삶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고, 임용고시에서도 떨어지고, 생활비가 모자라 학원 강사로 돈을 벌며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공부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단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진짜 공부요. 대학 시절 전공보다 교육학이 재미있었고, 그 분야를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별다른 계획 없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척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저의 오빠도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가정의 경제를 한부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기 때문이겠지요.
돌이켜보면, 그때 주저하지 않고 공부를 시작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학업이 중단된 때도 있었지만, 결국 박사학위까지 마칠 수 있었지요. 이제 그 시절은 오래전 일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대학 선배를 만났을 때, 그 선배가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넌 원래 전공에 별 관심 없고 늘 교육학을 하고 싶어했잖아. 넌 그럴 줄 알았다니까." 생각해 보면, 때때로 내 마음을 남이 더 잘 알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내 삶을 돌아보며, 내 생애의 날들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숨겨둔 소리는 무엇인가요? 저 깊은 마음속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들, 내 안에 숨겨둔 그 마음을 꺼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타인과의 대화보다 나와의 대화가 내 삶에 더 중요한 대화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여전히 제 안에 있는 마음의 소리를 찾기 위해 계속 문을 두드립니다. 오늘 여러분도 여러분 마음속에 똑똑, 문을 두드려 보시기 바랍니다.
어제는 가을이 너무 가을 다움에 반해 사진한장 남겨봤습니다.
겨울이 와도 좋겠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가을을 또 즐겨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