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절기 편지_어떤 마음

최진영의 산문집

by J young

최진영이라는 소설가를 서점에서 만났습니다.

그간의 많은 소설들을 책표지로만 접하다가

오늘은 우연하게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와

그냥 사게 된 책입니다.

어떤 마음..

최진영이라는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됩니다.

구의 증명이라는 소설을 서점에서 많이 봤지만

왜 손이 가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산문집을 읽어본 순간 그녀의 모든 책들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녀의 책으로 인도하게 한 어떤 마음을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최진영_어떤비밀.jpg 어떤 비밀_최진영_교보문고


그녀의 글은 매우 따뜻합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첫사랑, 가족,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작가, 그리고 여인 그리고 현재의 삶이

한 책에 그리고 그녀의 소설 속에 녹아있습니다.


이 책은 그녀의 남편 제주도 카페에서 쓴 편지를 바탕으로 그녀의 소설과 일화들의 이야기를 각 절기와 연관되어 엮어진 책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그녀의 삶이 온전히 녹아든 것이지요.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이 나오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고 표현합니다.


신해철을 좋아한 그녀는 아마도 제또래인가 봅니다.

신해철의 키드는 아니었지만,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를 듣고 우는 사춘기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으니까요.


이 책에는 그녀의 삶이지만

우리들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그중의 한 구절을 인용해보고자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자연이 나를 괴롭히려고 비를 내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자연은 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자연은 자기의 일을 할 뿐이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p. 190


중략


처서에 비가 내려도 곡식은 자랍니다.

어떤 것은 썩고 짓무르고 떨어지겠지요.

그럼에도 자라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나의 일


비가 오면 기꺼이 맞이하겠습니다.

흉작을 면치 않겠습니다. p.193


비가 내리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는 것일 뿐

그렇게 하다가 흉작을 맞아도 그건 어쩜 자연의 하나의 섭리로 받아들이겠다는 각오일까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용감하게 던져버린 작가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단 한 사람에서도 나무가 자라는 상황을 이와 비슷하게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씨앗이 썩고, 자라난 새싹은 누군가에 밟혀서 죽고, 수많은 역경 속에서 생명력은 자라나는 걸..

그러나 처서에 내리는 비는 썩게 하는 비가 아닌

곡식이 잘 자라도록 두드려주는 비이기를 바랍니다.

혹시 너무 큰 비가 내려 썩고 짓무르게 할지라도

내년에 다시 싹을 띄울 수 있도록 씨앗만은 남겨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글을 읽으면서,

탓닉한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수양하고 계신 스니님이 절에서 명상을 하는데

그곳에선 명상을 위해 방해하는 것이 넘 많이 이를 피해 여러장소를 떠돌다 호수 중앙에 배를 띄워놓고 명상을 하기로 했답니다. 어느 날도 호수 중앙에 배를 띄워놓고 명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빈배하나가 떠내려와 스님의 배에 부딪히며 그 명상을 방해했다고 합니다.

명상을 방해한 게 너무 화가 난 스님은 화를 내려고 눈을 떴는데,

빈배가 떠내려 온 거여서 화를 낼 대상이 없었어요.

그때 깨달았다고 합니다.

모든 일은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있는 거라고요.

시끄러운 소리를 시끄러운 소리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더 이상 명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세상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그냥 일어나는 배가 부딪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요

배다 부딪하는 일은 그냥 일어났을 뿐인데

그것을 겪는 사람은 명상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고 화를 내는 것이지요.


혹시 오늘 내 마음에 빈배가 와서 부딪혔지는 않은가요?

그것 때문에 오늘 내 마음이 너무 무겁고 화가 나지는 않으셨나요?

우리 삶에서 많은 일들은

저렇게 배가 부딪히듯 일어나는 일들이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이야기를 하다 넘 멀리까지 왔네요.

엊그제 서울에 눈이 왔다 하고

제가 있는 남쪽 지방은 겨울을 알리듯 춥기만 하고, 눈이 인사할 겨를을 주지 않네요.

하지만 대신에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위로를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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