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이덕무
벌써 올해도 반이 지나갔습니다. 초여름의 싱그러움도 어느새 정수리가 뜨거운 한여름과 열대 우림의 스콜처럼 쏟아지는 장마로 이어지네요. 안 그래도 사는 일은 고단한데 이제 후텁지근한 뜨거움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찔합니다. 그럴 때 다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가볼까요? 며칠 전 이 글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올해도 하마 반이나 지나
한탄하지만 어찌할거나.
그 옛날 좋은 풍속 이제 보기 어려우니
우리네 인생살이 알 만도 하지.
세상인심 돌아보니 남의 흠만 들춰내고
사람들 마음에는 시기심만 가득하네.
-<중략> 이덕무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아니, 분명 옛말이 가득한데 어찌 지금 이 시대와 이리 닮았나요? "그 옛날 좋은 풍속 이제 보기 어려우니" 이 대목은 정말 웃음이 나오지 않나요? 우리가 얘기하는 옛시절, 호시절보다도 훨씬 이전인 천칠백 년대 사람인 이덕무조차 그 당시를 과거와 비교하며 한탄하고 있었네요. 좋은 풍속도 사라지고 사람들끼리 질투나 한다고 하면서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시대는 과거와 비교하여 인심은 항상 사납고 사람들은 서로 비교나 하며 시기하고 남 흠만 들추는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벼슬길이 막혀 있는 서얼 출신으로 평생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이덕무는 엄청난 다독가였습니다. 위처럼 세상 인심을 한탄하는 시를 짓기도 했지만, 독서의 즐거움과 자신을 알아주는 벗과의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더운 여름 이 시대를 욕하고 싶다면,
똑같이 상반기를 다 지나버리고 세상 험한 인심 한탄하는
이백 년도 전의 한 사람의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 글을 다 읽고 나면 '그래, 사는 건 다 이런 거지.' 하는 공감과 함께 다시 한번 이 더위를 뚫고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