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공공성, 버스킹이 자유로운 춘천을 위하여

2024년 4월에 쓴 글.

by 바기넉

춘천은 축제와 행사가 참 많다. 시민들은 특정 기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제공되는 공연과 콘텐츠를 소비한다. 축제 기간이 끝나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 텅 빈 공공시설들을 마주한다. 거리는 다시 조용해진다.

춘천에선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버스킹’을 찾아보기 힘들다. 예술가들이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힘든 문화도시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스트리트 댄서는 10년째 춘천에서 버스킹을 공연해오고 있지만 고충이 많다고 한다. 공연이 가능한 공공의 공간을 찾다 보면 송암스포츠타운과 같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거리와 도심 공간은 좀처럼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춘천시청 앞 ‘호반광장’ 역시 여러 아티스트 사이에서 좋은 버스킹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가끔 주말이면 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이 열리기도 하는데, 시민들이나 관내 예술가들은 이용하기 어렵다. 열려 있는 광장으로서 사계절 내내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공간이 될 순 없을까?


시청사 로비나 광장 등은 ‘춘천시 청사 시설물 관리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이용을 원하는 시민이나 단체는 꼭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쳐 행사계획서 및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되어 있다. 또한, 영리 목적의 행사는 금지되어 있다. 관 주도나 큰 규모의 행사라면 모를까, 1인 버스커들이나 소규모 공연팀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소규모 버스커들이 자유롭게 공공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쓰레기나 소음·안전·공연 팁 문제와 관련해 춘천시가 함께 고민하고 손을 내밀어주는 건 어떨까.


영화 ‘원스’의 배경이기도 한 아일랜드 더블린은 버스킹의 도시로 불린다. 버스킹의 역사가 매우 깊고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은 여지없이 거리음악을 기대한다. 그 배경에는 더블린만의 버스킹 제도가 있다고 한다. 더블린시만의 버스킹 허가증 발급, 공연 관람 팁, 신용카드 지불 시스템 지원에 민원과 안전에 대응할 가이드 라인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도시계획자 ‘얀 겔’은 그의 책 《인간을 위한 도시 만들기》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공생활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 생활을 이해하고자 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공공의 공간’에 대한 관찰이었다. 결국, 문턱이 낮은 공공의 공간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자유롭고 다양한 공공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장르와 음악, 몸짓을 받아들이는 춘천사람들의 문화까지 형성되면 비로소 사람이 중심인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자유와 책임이 공존하는 도시, 표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인이 춘천 곳곳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저마다의 품격이 인정받는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