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에 쓴 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이슈다.
여러 반응이 있지만, 춘천시민으로서 하나만 짚어보겠다. 이날 대통령이 언급한 여러 정책 중 하나가 ‘지방시대’다.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마침 대통령은 담화 하루 전 춘천을 방문했다.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 참석한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방시대위원회라는 게 있다. 2003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설립되어 2023년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주요 골자는 ‘균형발전’과 ‘지방자치’다.
지난 6일, ‘제2회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총 33조8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 투자가 본격화하면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과 기업에 돈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였다. 이번 엑스포에서 쏟아져 나온 메시지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 정부의 지방시대 포커스는 ‘경제와 기업’이다. 곳간을 털어 기업에 투자해 지역 낙수효과를 바라는 것인데, 과연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가 증가한 성공사례가 얼마나 될까?
현재 대기업의 70% 이상이 수도권이 모여있고, 수도권과 지방의 임금 격차도 커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다. 지역에 유치된 기업의 일자리엔 직종과 나이, 일자리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역대 정부도 해결하기 힘들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선거에서 중요한 표, 돈 등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의 최고가치로 꼽은 ‘좋은 일자리’는 지금까지 지역이 원하는 만큼 이루어진 적이 없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제자리걸음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에선 광역단체와 투자기업들의 기회발전특구 투자협약 체결도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수도권 낙후지역에도 세제 주거 혜택을 부여하는 기회발전특구를 추진한다고 한다. 거기에 그린벨트도 해제했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역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 뻔하다. 수도권 대학 정원도 늘리고 있다. 지역에 의사들이 없어 의료가 붕괴하기 직전이다. 이처럼 수도권 표심에 대한 정치권의 눈치 보기는 여전한 것이다. 지방시대를 외치면서 수도권을 챙기는 언행 불일치!
무엇보다 지방자치에는 경제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이 핵심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찾아 스스로 해결방법을 결정해 자치분권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요체다. 이를 위해선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적 낙수효과도 물론 꼭 필요하지만, 도시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는 데에는 시민의 자율성과 주체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꼭 첨단산업이 아니어도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지역순환경제를 고민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은퇴한 공무원도, 세탁소 주인도, 농산물을 파는 농부도, 작은 여행사를 하는 청년도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 과정의 중심에 시민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주민자치를 지원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춘천시주민자치지원센터가 사실상 폐지로 결정됐다. 주민자치라는 시민의 권리를 빼앗은 도시에서 국내 최대의 지방자치 축제가 열린 셈이다. 이 정부의 언행 불일치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