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에 쓴 글.
숫자 성과 중심의 대표적인 정책.
얼마 전 춘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춘천시 인구증가책 지원 조례 폐지안’을 수정·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에는 춘천시로 전입을 신고하는 대학생에게 학기당 30만 원씩 총 240만 원을, 3명 이상 단체로 전입하는 직장인들에겐 20만 원어치 춘천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전입장려금’ 폐지안이 담겼다. 시의회는 그 이유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춘천시 인구는 전입장려금을 지급했음에도 소폭 줄어든 데다가 시행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지급된 사례가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업무처리 과정의 미흡한 점은 조례 개정으로 해소될 수 있다”, “대학생 의견서에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는데 이는 유의미한 결과다” 등이다. 실제로 전입장려금 하나만 보고 춘천시로 전입한 청년에게는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이 황당할 것이다.
전입장려금 역시 출산장려금처럼 현금성 인구 유입 정책 중 하나다. 특히, 춘천시의 청년 전입장려금은 대학도시답게 지역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 도입한 것으로 안다. 필요한 과정이었고 앞서 언급된 지급규정이나 시행과정의 미흡성은 보완하면 좋을 것도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입장려 정책이 지역 안에 있는 대학과 청년이 아닌, ‘인구 30만’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지난해 춘천시의회는 ‘춘천시 인구 30만 만들기 결의문’을 채택해 정책적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서 ‘인구 30만’은 춘천시가 대도시 특례 조건에 충족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도시개발 등을 포함한 도지사의 권한 일부가 시장에게 위임된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다시금 지역의 의제가 정치권에 의해 또 권력 싸움의 소재가 된 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주민자치지원센터 이슈가 워낙 크다 보니 생긴 트라우마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인구 30만이면 춘천시 위상이 높아진다는 홍보문구가 달콤한 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특례시를 다룬 기사를 보면 “효과는 글쎄”, “시큰둥”, “시민 체감은 영” 등의 타이틀이 주를 이룬다. ‘결국, 왜 인구가 늘어야 할까? 인구가 줄어드는 게 정말 지역의 위기이고 재앙일까?’라는 생각에 미친다. 여기서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 외 다양한 전문가들이 만든 책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이 떠오른다. 이 책은 말한다. “지구 환경이 지속 가능한 상태까지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은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일입니다. 인구 감소 그 자체를 마치 ‘나쁜 일’처럼 취급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납니다. … 먼저 이 사실을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인구 증감의 그래프는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구는 곧 발전·자본·상품의 소재와 대상으로 여겨졌다. 농업과 산업의 시기엔 노동력이었고, 전쟁이 뒤덮을 시기엔 병력이었다. 모든 국가가 이러한 성장 경쟁을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하고 있다. 또 다른 ‘포스트 성장’, ‘탈성장’이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책에서는 지방분권과 문화, 먹거리 연대, 건축 등 소도시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한다. 인구감소라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막아야 한다는 추상적인 관점보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댓글을 보기도 했다. “인구 유입도 좋지만 있는 인구 빠져나가지나 않게 좀 해달라”는 것. 지역에 머물러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중심에 사람이 있는데 정책과 혜택은 사람이 아닌 돈에만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인구문제는 너무 과장되게 포장하지도, 너무 안이하지도 않아야 한다. 다만 ‘인구 30만’ 특례시가 주는 지자체장의 권한과 정쟁이 나와 이웃의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줄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