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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배웁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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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의 전성시대
Jun 14. 2024
10년이 다 되어가는 독서모임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라는 거창한 이름아래,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창의적이고 독립적이며 주체적 존재로서의 나를 찾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사이 이들의 모습은 변화했고, 이들을 지켜보는 나 또한 변했다.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존재하던 나는 이들을 지켜보고 경험하며 나 또한 배우는 자의 자리에 있기도 하다.
지난번 모임 때의 일이다. 저녁을 먹고 2차로 카페로 이동해 책 나눔을 하는 것이 우리의 루틴인데 이날은 체력보충할 겸 무한리필 샤부샤부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약간 늦게 도착하니 안쪽 가운데에 내 자리를 준비해 놓아서 그 자리에 앉았다.
미리 오신 분이 문가에 앉으셔서 계속 음식들을 날라야 했고, 우리가 끊임없이 먹는 바람에 이분은 끊임없이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그런데도 전혀 싫은 내색도 없이 "와, 우리 진짜 잘 먹네요. 흐흐"하며 웃으시는 거다. '참 온유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한 분이 퇴근이 늦으셔서 1시간가량 늦게 오셨다. 도착할 즈음 이분은 자기가 먹던 자리를 깔끔히 정리한 후, 더 끝자리로 이동해 음식과 멀어졌다.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늦게 오시는 분을 위해 가운데 자리를 양보하고 자기는 어느 정도 먹었으니 비켜주는 거란다.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걸까? 그런 곳이 있다면 나도 가서 배우고 내 자녀도 다른 학원 다 제치고 이곳부터 보내리라!
안타깝게도 이런 것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년기부터 쌓아온 남을 위한 마음과 정성이 밑바탕에 깔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진심이 있어야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온유할 뿐 아니라 속 깊은 배려를 갖고 있는 분인 것이다.
이렇게 난 또 하나를 배운다. 독서모임은 이래저래 배울 게 참 많은 동아리다. 책에서 배우고 사람에게서 다시 배운다. 아마 죽을 때까지 배움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럼 죽기 전이 가장 성숙한 사람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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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늘도 나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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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독서논술교사이며 인문학 동아리 운영자입니다. 전성시대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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