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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May 23. 2024

학부모님의 컴플레인에 숨이 막힙니다

"오늘도 또?" 날 선 목소리가 내 목으로 넘어왔다. 


 도대체 이 아이는 왜 이러는 걸까? 이해하기 정말 어렵기도 하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아이였다. 6년째 동일하게 수업준비도, 과제도, 활동도 머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이제 컸다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업 시간 내내 신경을 건드렸다. 


 학교에서 많은 아이를 한 번에 지도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잘 따라오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중간위치의 학생들, 못 따라오는 학생들 등등, 그러나 제일 힘든 건 안 따라오겠다고 버티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가 이 부류다. 어떡하면 말장난할까? 이런 것에만 호기심 가득이고 좋지 않은 일에 더 반응한다. 이 아이를 수업에 참여시키려 부단히 애썼다. 사실 이쁘기도 했고 말이다. 


 6학년이 되어 아이는 수업주제를 쫓아가기 힘들어했고 도움을 요청하길래 기특한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도와주었다. 내심 '아, 이제 이 아이가 변하려나 보다. 잘 가르쳐봐야겠다.' 엄청 기대했다. 


 그러나 아이는 그다음 주부터 바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그 모습에 난 속이 상하고 기운이 빠졌다. 아이는 연거푸 같은 모습으로 관찰됐고 나는 아이에게 뼈 때리는 훈육을 하고야 말았다. "네가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준비를 안 하면 이 수업이 네게 도움이 되겠니? 그냥 네 교실에서 네 공부하는 게 더 낫지 않겠니?"


 한 주도 안되어 어머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이가 상처를 받았고 본인의 아이가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냐! 하는 토로셨다. 


 억울하다. 이 아이에게 6년간 들인 공이 얼만데 이런 소리를 듣나! 열심히 죽 쒀서 버린 꼴인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체기가 느껴진다. 숨이 막혀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한동안 의기소침해지고 기가 죽는다. 


 조잘대는 아이들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좀 안아줄래? 기운이 없네." 하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돌아가며 안아준다. 좀 살 것 같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했다.


  "오늘 좀 힘이 듭니다. 억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어머니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이해해 주기 싫은데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이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혜롭게 잘! 오해를 풀고 지금 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알아 서로 협력하는 관계되게 해 주세요."


죽을 것 같았는데 조금 숨이 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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