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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Jun 24. 2024

혹시 오리예요?

"혹시 오리예요?"

119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우리는 "앗! 네네." 하며 크게 웃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중이었다. 휴게소를 여러 군데 들를 만큼 멀고 낯선 곳이라 우리는 운전을 돌아가며 하고 있었다. 잔뜩 싸가지고 간 간식을 먹고 계속 수다를 떨고, 좀 조용해지면 음악을 듣고 다시 배가 출출하면 휴게소에 들러 새벽부터 싼 도시락을 먹었다.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내 차례가 되어 운전해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운전 중이라 고개를 돌릴 수는 없고 눈을 여러 번 깜빡거려 다시 보려 애썼다. 갈색이라 '낙엽인가?' 했는데 움직이고 있었고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한꺼번에 움직였다. 


 속도가 있어 순식간에 가까이 가니 그 정체는 오리였다. 중앙분리대 옆의 좁은 부분으로 엄마 오리 한 마리와 아기 오리 대략 10마리 정도가 뒤뚱거리며 걷고 있었다. "어머어머 저저저 오리야!" 다들 "뭐?" 하며 뒤돌아 보니 다시 봐도 오리가족이었다. 엄마 오리 주변으로 손바닥 크기의 아기 오리들이 종종 거리며 따라 걷는데 아주 귀엽고 아주 위험했다. 


 "웬일이야? 이런 데 왜 오리가 있지?" 아무리 봐도 이런 곳에 오리가 있기엔 이상했고 이 아이들이 건너오기엔 고속도로에 차가 너무 많았다. "근데 쟤네들 어떡하냐? 건너올 수도 없고, 너무 위험한데?" 하며 신기하던 감정은 걱정으로 변했다. 


 남편은 핸드폰을 들더니 "아무래도 쟤네들 너무 위험하네. 119에 신고해서 구해달라 해야지." 이미 너무 많이 지나간 탓에 내비게이션으로 지금 위치가 어딘지 검색한 후 119로 전화했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네 지금 저희가 ㅇㅇ고속도로를 지나는데요?" 딱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니 대뜸 "혹시 오리예요?" "앗! 네네."


이미 다른 사람들도 보고 오리가족을 위해 신고했던 거다. 이심전심이라고 동물이지만 걱정하고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들 오리들을 지켜주고 살리고 싶었던 거다. 


 갑자기 우리 남편도 기특하고 신고전화한 많은 사람의 마음에도 감사했다. 여행에서 만난 생각지 못한 오리들 덕분에 잠시나마 모든 생명의 귀함과 아직은 살아있는 아름다운 인간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저 오리들 어떻게 됐을까? 

무사히 구출됐기를 바래^^

© janoschphotos,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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