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고 한 주 동안 < 방학 중 읽은 책 소개하기 > 전교생대상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이 즉흥적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가 먼저 모델링을 하고 이후 말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1학년들은 생각도 안하고 일단 손들고 본다. 생각하기 전에 손부터 들기 때문에 나와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마무리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6학년은 완전 다르다. 짧은 시간을 주고 교사가 모델링을 하며 대략적인 발표의 구성을 보여주면 이 아이들은 눈빛이 달라진다. 그러나 손은 절대 들지 않고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 교사가 먼저 발표할 학생을 정해주는 것이 좋다.
다른 학년은 조건이 없었으나 6학년은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발표하라고 조건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아우~'하며 불평했으나 이내 다시 생각하는 모드로 바뀌더니 긴장하며 준비했다. 역시나, 아이들 대부분이 나와서 읽은 책의 총평과 자신의 변화에 대해 능숙하게 발표했고 나는 내심 '역시 내 새끼!' 하는 자부심을 느꼈다.
기가 막히게도 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말도, 글도, 생각도 자란다. 그래서 1학년보다는 2학년이, 3학년보다는 4학년이, 5학년보다는 6학년이 발표내용의 질이 좋다. 생각의 발전이 있다는 것인데, " 1년 동안 먹은 밥이 얼만데!"처럼 1년은 아이들에게는 많은 경험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매우 바람직한 시간이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걔 중에는 6학년인데 나와서 말만 더듬다 들어가는 아이도 있고 3학년인데도 1학년처럼 "참 재미있었습니다."만 외치고 들어가는 학생도 있다. 더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생각이 안 나요."만 말하고 들어가는 학생도 꽤 있다.
이 친구들 들으라고 수업 마무리에 나는 물었다. "책은 왜 읽는 걸까요?" 대다수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들은 대로 "똑똑해지려고요."라고 한다. 아니다. 책은 똑똑해지는 수단이 아니다. 그랬다면 나는 겁나 똑똑한 사람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나는 똑똑하지 않다.
책은 생각하기 위해 읽는다. 책을 읽을수록 그 책의 주제가 이끄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고, 다양한 생각들로 상황대처 능력이 높아지고, 적절한 생각을 하려 노력하다 보니 지혜로워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 경험들로 공감 능력이나 타인에 대한 이해능력도 높아지고 사건을 지협적으로 보기보다는 거시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다른 이가 보지 못하는 것까지 바라보게 된다. 이게 독서의 순기능이다.
생각은 하면 할수록 는다. 반대로 안 할수록 단순화되고 삶도 단순해지며 타인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 능력이 떨어져 다툼이 일어나고 마음이 어려워지는 등 대부분의 능력들이 퇴보하게 된다. 부정적 시선을 갖기 쉬우며 이런 경험들로 스스로의 효능감이 낮아지고 자존감도 낮아질 확률이 높다.
이런 내용을 단순화시켜 심각하지 않게 아이들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생각의 힘'에 대해 강조했고 다행히 고학년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해 주었다. 이래 저래 고되고 바쁜 아이들이지만 책 읽느라 바쁜 아이들이 되고, 생각하느라 고된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내 손에도 여전히 책 한 권이 들려있다. 고로 나는 생각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