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알콩아!
아이들이 먼 나라로 간 뒤, 알콩의 시중은 다 내 몫이 되었다.
3년을 조르고 졸라 강아지를 입양한 뒤, 큰아이가 주양육자가 되고 작은 아이가 서브였다. 나는 약속한 대로 이뻐만 하는 사람이었다. 이때는 진짜 알콩이가 귀엽기만 했다. 잘 걷지도 못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고집도 부리지 않았다. 아주 이쁘기도 했지만 때로는 귀찮은 존재이기도 했다.
큰아이가 인턴으로 다른 나라로 떠난 뒤, 자연스럽게 작은 아이가 주양육자가 되고 내가 서브가 되었다. 대부분의 일들을 작은 아이가 감당하고 안될 때는 내가 맞춰서 하게 되었다. 그러다 알콩이가 초콜릿을 먹고 죽다 산 사건으로 내 감정은 '방관자'에서 살려야 한다는 마음과 살렸다는 안도감으로 어느새 '양육자'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원 등. 하원을 시키고 병원도 데려가고 작은 아이가 산책시킬 때 동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작은 아이도 먼 나라로 떠나고, 나는 주양육자가 되었다. 서브가 없는 주양육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이 끝이 없다.
더구나 강아지가 아프면 그땐 폭탄이다. 수시로 약 먹이랴 청결하기 위해 아이가 있는 곳마다 청소하랴 아이 씻기고 관리하랴 병원 데리고 가랴... 할 일이 산더미다. 이것도 참고 할 만하다. 진짜 못 참겠는 건 강아지가 말도 못 하고 아파하는 걸 보는 거다.
이번에도 다리에 습진이 생겨 네 다리 모두를 핥아대길래 넥카라를 씌웠는데, 밤새 가려워 핥으려고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잠을 설쳐가며 약을 바르고 호호 불어 건조하고, 마사지를 하며 관심을 다른 곳으로 기울이게 했다.
아침 찌뿌두둥하게 일어나며 '아, 아이도 다 키운 마당에 다시 자식을 키우는 건가!' 예전 아이들이 열이 나면 밤새 간호하다 깜빡 잠들었다 깰 때의 느낌과 동일했다. 나는 하다 하다 이제 강아지 시중으로 바쁜 강아지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