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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자의 전성시대 Dec 11. 2024

아! 여유롭게 볼일보고 싶다

 으아!!!!! 별일을 다 겪었는데도 아직 4교시 밖에 안 지났다니! 

오늘 하루는 엄청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1교시까지는 별 무리가 없었다. 1교시가 끝난 뒤, 한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의  모둠활동에 대한 문제점과 수업방법에 대해 물어오셨다. 함께 복도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6학년 남자아이들이 무리 지어 오면서 앞에 있던 물건을 차고 던지며 킥킥거렸다. 


 그 꼴을 넘길 수 없었던 나는 대화를 마무리하고 "누구니? 발로 차는 아이가? 거기 멈춰봐."하고 말했으나 들은 체도 안 하고 끼덕거리며 가는 거다. 발끈해서 "거기 서라니까! "하고 따라가니 아이들이 멈춰 돌아섰다. '역시...' 6학년들 중에 악동들이 모여 있었고 나는 듣든지 안 듣든지 예의와 복도에서 바르게 걷는 법을 설명했다. 사실 이 아이들이 진짜로 자신들이 큰 줄 알고 껄렁거리는 게 안타까워 한 명 한 명의 눈을 바라보며 더 엄하게 꾸짖었다. 


 그러는 중 다음 교시가 1학년이었는데 먼저 온 아이 하나가 온 얼굴이 발개지며 울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왜? 왜 우는 거야? 응?" 하며 물었더니 "엄마가 보고 싶어요." 하며 더 크게 운다. 아... 이... 고...


 나는 엄한 얼굴을 지우고 "그랬구낭, 괜찮앙." 하며 안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엄한 얼굴로 "복도에서 바르게 걷고 선생님들께는 예의 있게 행동해라."하고 단속했다. 다시 아주 상냥한 얼굴로 "달달한 사탕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걸? 나도 나 보고 싶다고 울어주는 아가가 있었으면 좋겠넹. 엄마는 네가 있어서 무지 행복하시겠당." 하며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와, 난 누구인가!


 아가에게 사탕을 입에 넣어주고 자리로 보낸 뒤, 아까부터 화장실이 급했는데 '참고 있다 쉬는 시간에 가야지.' 했던 생각이 났다. 생각이 드니 무지 급해져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휴지를 뜯고 있는데 "띵동댕동~"하며 종소리가 났다. 1초 동안 고민하다 휴지를 손에 들고 교실로 뛰어들어갔다. 


 점심 식사 후에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과 잠시 상담하러 선생님과 오는 학생들까지 점심시간도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믹스커피 마실 시간도 없어 2분을 남기고 교무실로 가 부랴부랴 커피를 타니 "띵동댕동~" 종이 뜨거운 커피를 들고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 많은 일을 했는데도 이제야 4교시가 지난 거라니...

정녕 이게 실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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