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설마 내가 너희를 진짜 잡아먹겠니!

by 영자의 전성시대

새 학기가 되었고 늘 그렇듯이 새로운 1학년 아가들이 들어왔다. 올해는 특별히 더 귀여운 아가들이 들어온 듯싶다. 외모가 다 출중해서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보고 있으며 배시시 웃음이 난다. 다만... 입은 웃고 있지만 내 귀는 찢어질 것 같은 순간이기도 하다.


너무 이쁘지만 시종일관 떠들기 때문에 한 차시를 내내 집중시키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교육을 시켜야 해서 1학년은 새 학기에는 참 힘든 학년이다. 아이들의 주의집중을 위해 나는 칭찬 별 3개와 빼기 별 3개를 사용하고 있다. 칭찬 별 3개는 작은 간식으로 바뀌고 빼기 별 3개는 자리가 바뀐다.


빼기 별을 설명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두껍게 소리를 내어 분위기를 좀 으스스하게 연출했다. "빼기 별 3개를 받은 학생은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 옆의 작은 책상에 앉게 될 거야. 그리고 나면 선생님은 사자로 변해서 너희를 잡..." 여기까지 이야기를 할 때 아이들은 필통으로 눈을 가리며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말하다 말고 나는 내 말을 믿고 소리 지르고 있는 1학년들 때문에 기분이 요상했다. 내 어디를 봐서 사자로 변하게 생겼단 말인가! 내가 예쁘지는 않아도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키도 아담한데 내가 사자로 변하다니! 게다가 내가 아이들을 잡아먹게 생겼냔 말이다. 난 그렇게 좋아하는 갈비도 1인분을 다 먹어본 적이 없을 만큼 소식좌인데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투덜대며 하니 깔깔거리며 좋아한다. 우와,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믿는 아가들이 있다는 게, 1학년은 역시 순진무구한 아가의 마음이라는 게 느껴졌다. 이런 깨끗한 마음이 오래도록 머물 수 있기를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명품녀에서 청소부까지, 극과 극의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