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를 만나러 호주로 떠난다. 한 번도 안 가본 남편님도 아이가 어떻게 사는지 보러 함께 간다. 다행히 설이 겹쳐서 연휴기간을 이용해 일주일간 다녀올 수 있도록 날을 잡았다. 한참 전에 티켓팅을 했고 안 올 것만 같던 날이 왔다. 가면 아이와 즐거운 시간도 보내야 하지만 아이의 주변환경과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상담해 주고 경제적인 부분의 조언도 충분히 하고 와야 하는 책임이 있다. 가서 이 모든 것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상의할 예정이다. 이게 엄마로서, 부모로서의 역할이지 싶다.
설이 있어 여행이 가능했다면, 설이라서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은 졸지에 외로운 신세가 되었다. 자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는데 연휴 동안 혼자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가기 전, 양가 부모님을 돌아보고 가야 했다. 먼저 설날까지 드실 수 있는 반찬류와 고기류를 사고 한 번 드실 정도의 전도 준비했다. 2월 동안 충분히 드실 음료는 택배로 먼저 보내드렸다. 빵을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주문하려 했으나 다 소진되어 실패, 직접 사야 했다.
먼저 엄마네로 가서 식사를 사드리고 좋아하시는 카페를 가고, 제일 좋아하는 우리 얼굴을 1박 2일간 보여드리고 돌아왔다. 다음날은 어머니네로 가서 마찬가지로 고기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며칠 벌떡 일어나실 만큼 드시게 하고 단속을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이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홀가분했다. 하지만 진짜 홀가분한 것만은 아니다. 명절에 자식 없이 보낼 양가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아리다. 어제와 명절 당일이 다르지 않고 북적거리는 다른 집과 달리 조용하게 보낼 것이기에 마음에 걸렸다.
"한국에 너희가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그래."라는 엄마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내가 아프면 얘만 나를 챙길 것 같아."라며 식사하고 돌아서던 어머니의 눈가가 왠지 촉촉하게 보였던 것 같아 속이 상했다. 내가 두 명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나는 부모라 부모노릇을 하러 가야 했고, 자식이라 남은 부모를 보며 가슴 아파해한다. 자식이 많은 집안이야 나눠하면 그만일 텐데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나는 자식노릇도 잘하고 싶고, 부모노릇도 잘하고 싶은 욕심쟁이이다. 가족에게 먼저 잘해야 어디 가서도 얼굴 들고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매일 가족을 위해 기도해야 마음이 놓이고 가족의 필요를 채우는 것이 낙이자 가장 우선순위의 내 책임이라 생각한다. 내가 부모에게 잘하면 내 자녀가 배울 것이고, 또 그 자녀에게 그리 가르칠 것이라 생각하여 선한 대물림이 이어지길 바란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급한 일이 우선이지만 아린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손톱을 밖에 버려 나와 똑 닮은 이를 만들어야 하나!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