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신촌에 있어 등하교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한날은 아이를 데리러 갈 겸, 신촌공기도 오랜만에 마셔볼 겸 신촌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물론 사랑스러운 알콩이와 함께 말이다. 가는 길은 낯설었고 네비를 의지해 신중하게 차를 몰았다. 생각보다 차로는 멀지 않았고 가는 길에 옆에서 함께해 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큰 도움이 되었다.
낯선 학교는 참 컸고 아이가 있는 건물은 네비가 찾아주지 않으면 갈 수도 없을 만큼 구석진 곳에 있었다. 차를 세우고 알콩이를 산책시키려 함께 내렸다. 학교는 미로 같았고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하다 사람들을 따라가니 쪽문이 있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고 알콩이의 산책을 충분히 시킬 수 있었다. 학교 근처다 보니 학생들이 먹을 음식점과 주점들이 즐비했다.
더 이상 가다가는 길을 잃을 것 같아 온 길을 다시 돌아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보았다. 바로 옆 길로 가니 산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보여 별생각 없이 발길을 향했다. 길 앞에 웬 푯말이 있어 보니 <언더우드家기념관>이라고 쓰여있었다. "뭐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혼잣말을 했다. 여기가 그 언더우드의 집이라니! 이때부터 내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주변을 살펴보니 작은 집 하나와 큰 집 하나가 산에 둘러싸여 자리하고 있었다. 먼저 작은 집에 알콩이를 안고 들어갔다. 콩이가 찡찡거렸지만 "시끄러워, 지금 네가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야!" 하며 나는 이미 이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 별관은 예전 차고로 쓰이던 공간으로 교육 프로그램이나 소그룹활동을 하고 곳인데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던 시인들의 시가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김수영'시인의 작품이 자세히 전시되어 예전 방학동에 있는 <김수영 문학관>에서의 기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이분의 친필기록을 보며 나도 다시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오롯이 이 공간에 나와 시와 시인만이 존재하는 야릇한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물론 내 팔 안에는 소중하게 알콩이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조용히 알콩이에게 조근조근 시와 시인에 대해 설명도 해주었다.
밖으로 나오면 옛 근대적 양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건물을 마주하는데 이곳은 언더우드의 아들이자 이 학교의 3대 교장을 맡은 원한경 박사의 가옥을 기념관으로 만든 곳이다. 그러나 나는 이곳을 들어갈 수 없었다. 반려견 출입금지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곳의 설명서만 열심히 읽고 뒤돌아 섰다. 하지만 많이 아쉽진 않다. 어쩌다 이런 곳을 발견해 이리 소중한 시간을 보냈으니 오히려 너무 감사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렸다. 나오는 아이에게 대뜸 "너 여기 언더우드가 기념관 있는 거 알아?"하고 물으니 "응 당연히 알지." 하며 덤덤하게 말한다. 나는 잠시 동안의 행복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데리러 오는 길, 알콩이를 산책시키려 했던 시간이 우리나라 최초의 선교사의 발자취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서프라이즈 하루가 되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