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호주 학교 이야기 Ⅳ

하교 후 바다로 뛰어드는 아이

by 영자의 전성시대

시드니에 와서 여행을 하니 거의 매일 다른 비치를 경험했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하얀 모래의 바다를 며칠째 계속 보니 대부분 비슷해 보였다. 바닷가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 대고 상점들로 가득한 우리 바닷가와 달리 자연 그대로의 해변에 적은 인원의 사람들은 자유롭게 블랭킷을 깔고 누워있었다. 휴대용 파라솔을 준비한 몇몇의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든 비치의 분위기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정말 한가롭고 햇빛과 바람과 공기와 바다의 소리를 즐기러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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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Manly Beach이다. 우리가 머물던 곳은 North Strathfield인데 여기서 시티까지는 트레인으로 40분 남짓 걸린다. 시티에서 페리를 타고 두 정류장만 가면 나오는 아주 가까운 비치라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명소이다. 큰 아이와 다툰 뒤, 아주 기분 나쁜 상태로 이곳으로 이동했는데 가는 경로의 풍경으로 기분이 풀릴 만큼 경관이 예술이었다. 오페라 하우스를 넘어 바닷길과 해변도시를 바라보자니 금세 도착했고 이곳은 관광도시다 보니 상점이 즐비했다.


배스킨라빈스가 먼저 반기길래 제일 좋아하는 피스타치오 아몬드를 입어 넣고 달콤한 눈으로 페리에서 나오는, 또는 페리를 타러 가는 이 도시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참으로 자유로웠다. 길에서 수영복위에 옷을 입는 사람, 대형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 등 이국적인, 이색적인 그들을 여유롭게 관찰했다. 여기저기 고개를 돌려가며 구경하느라 내가 관광객임을 무지하게도 티 내며 멘리비치로 걸어갔다. 이곳은 둘레길처럼 바다를 둘러싸고 길을 만들어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우리는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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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는 사람들로 꽉 차서 그동안 보았던 비치와는 느낌이 달랐다. 작은 해변가에 사람은 많았지만 오밀조밀한 게 귀여웠고, 길 따라 걸으면 내가 마치 동물원에 와 있는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칠면조가 우리나라 비둘기처럼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이름 모를 새들이 곳곳에 자리를 틀고 있고, 해변가 바위 위에는 내 팔만한 이구아나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연신 "어머 어머 어머!"를 외치며 신기하게 동물들을 쳐다보았다. 더 신기한 건 그렇게 신기하게 동물을 바라보는 건 나밖에 없었다.


마치 새로운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거닐고 있었는데 유독 시끄러운 곳이 있어 바라보니 대여섯 명의 남자아이들이 바위에서 바다로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그 옆 바위에는 던져놓은 옷들과 학교가방이 널브러져 있어 학생임을 알 수 있었다. 어찌나 재미있게 노는지 한참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몇 발자국 더 가니 이번에 열 명 남짓 되는 여자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물을 튀기고 있었다. 역시나 옆에는 똑같이 생긴 학교 가방이 펼쳐있었고 이 아이들도 같은 학교 학생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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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여자 아이들이 손에 교복과 가방을 들고 탈의실에 줄을 서있었다. 아까 수영을 즐기던 그 아이들이었다. 한 칸의 문이 열리며 한 여자아이가 교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 나왔다. 그 순간, 난 몹시도 이 아이들이 부러웠다.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부러웠다. 이 나라의 학교가 부러웠고 이 나라의 학부모가 되고 싶었다. 내 아이도 학교 끝나면 바다로 뛰어들어 저리 놀았으면 좋았으련만. 그랬다면 그리 힘들게 사춘기를 보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7교시까지 수업하고 이어 방과 후 수업을 마치면 5시인데 그 이후에 또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는 대단한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에 태어났다면 모두 다 인어왕자, 인어공주가 되어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생각나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무슨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이 현실이 현실같지 않아 이상해보였다. 상상해보자. 학교가 끝나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학교 근처의 바닷가로 향한다. 그리고 가방 속 수영복을 꺼내 입고 바위 위에 가방을 던지고 바닷가로 뛰어든다.


한두 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가서 고픈 배를 채우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녁시간을 보낸다. 이게 이 나라의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꿈과 같은 하루일 테니, 아이들 대신 내가 대신 배 아프게 부러워했다. 나는 수능날이면 참 슬프다. 이게 뭐라고 모든 국민들이 숨죽여 기도하고 학생들은 그 하루에 자신의 모든 기량을 뱉어내야 하는가! 삶을 재미있게 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재밌으면 안 되는가? 가르치고 있는 나지만 우리 교육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여하튼 바다로 뛰어드는 아이들을 보며, 멘리비치를 보며 난 기분이 풀어졌고, 뒤늦게 온 큰 아이와도 대화로 잘 풀어 노을 지는 멘리비치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2만보를 걸어 지끈거리는 다리를 끌고 바다 바로 앞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마시는데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정말 꿀같이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이 아쉽다 느낄 만큼, 시드니에 살아서 여기를 자주 오고 싶다고 느낄 만큼, 다음에 호주 오면 바로 요기부터 찾겠노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시드니에 왔다면 Manly Beach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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