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배달하는 중딩들

by 영자의 전성시대

점심시간에 카톡이 울린다. 올해 졸업한 아이로 중1인 여자아이다. "쓰앵님, 저 오늘 학교가도 되나요?" "오너라" 그렇게 답해 주고는 웃음이 났다. 졸업한 지 1달밖에 안된 녀석이 학교가, 선생님이 그리운가 보다. 나도 보면 무지 반가우니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다. 6년을 가르치고 만난 사이이니 쌓인 정이 깊기도 하다.


오겠다는 시간을 좀 넘겨 6교시 수업 중인데 문이 열린다.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 두 명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양손에 들고 들어온다. 수업 중이라 "꺅" 소리도 못 지르고 뛰어가 안아주지도 못했다. 그냥 눈으로 반가움을 전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커피를 전해주고 싶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뒤로 가 커피를 받아 들었다.


"다른 선생님께 커피 드리고 다시 와."하고 커피가 녹을까 봐 보냈다. 아이들은 부랴부랴 두 손에 커피를 들고 배달하러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 모양이 얼마나 웃기는지,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수업하던 6학년 아이들이 "선생님 왜 웃어요?"하고 묻는다. "졸업한 선배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보렴, 커피를 사들고 와서가 아니라 이 커피를 사서 오는 그 마음이 너무 예쁘지 않니?"


수업하느라 잠시 잊고 있는데 다시 카톡이 올라왔다. "쌤, 저 보안관 쌤이 커피만 주고 나가라 해서 나왔어요 ㅠ ㅠ 나중에 예약해서 다시 갈게요. 허허" "헐ㅜ ㅜ " 이런이런 예약한 사람만 학교 내로 들어올 수 있는데 이건 졸업생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그대로 쫓겨나듯 나갔고 나와는 1초 눈 마주친 것이 다였다. 우리가 견우와 직녀가 아닐진대 이리 아쉬울 수가.


예정에 없던 해프닝으로 아이들은 떠났지만 내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남아있었다. 아이들이 나를 생각하며 코 묻은 돈으로 샀을 이 커피를 퇴근할 때까지 책상에 두고 눈으로 보았다. 아이들의 사랑이 생각보다 참 깊다. 가르치는 수고에 마음을 더하면 배우는 아이들은 맑은 사랑을 더해 돌려준다. 나는 참 가르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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