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by 영자의 전성시대

무서운 태풍이 온다기에 급히 휴업조치가 취해졌다. 갑자기 쉬는 날이 생긴 것이다. 태풍에 심란하기도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쉬는 시간이 생겼다.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생긴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다음날, 너무도 민망하게 날씨가 화창하고 청량했다. 다행이기도 했고, 아래 지방은 난리라 안타까웠다.


오전에 지인과 만나 삶의 나눔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지인이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로 초대했다. 일하느라 이런 정보에 늦은 나는 새로 생긴 곳을 가서 감탄을 연발했다. 예전에는 호텔이던 곳이 베이커리 카페로 탈바꿈했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조용했다.


산속에 있는 곳이라 공기도 좋았고 더구나 야외 테라스로 나가니 산들바람이 불어 마음도 살랑살랑했다. 시냇가로 가는 중에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는데 바람 소리인지 폭포 소리인지 구분이 안됐다. 좀 더 가까이 가니 밤새 내린 비로 시냇물이 불어 폭포처럼 내려오느라 어마 무시한 소리가 난 것이다. 그 옆에 앉아 바람과 물소리를 들으니 어느 강원도 계곡에 앉은 느낌이 들었다.


태풍에 마음 졸이던 어젯밤과 사뭇 대조적인 오늘,

어제는 생각지도 못했던 오늘의 시나리오.


나도 모르게 앞의 지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나를 이곳에 초대해 주어서, 이런 좋은 시간을 갖게 해 주어서, 폭포 같은 시냇물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어서, 산들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서, 너무나 좋아하는 커피를 들고 잠시나마 생각에서 멀어져 나를 여유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어서 감사했다.


생각지도 못한 이런 시간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감사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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