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속의 본질을 찾는 눈 Ⅰ

'박기범'작가를 아십니까?

by 영자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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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라는 책이 있다. 박기범이라는 작가가 지은 책인데 책도 범상치 않고 작가도 특별하다. 박기범 작가는 세상에 관심이 매우 많고 신랄하게 비판적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그곳의 어린이들을 지키고자 평화 지킴이로 전쟁터의 한 복판으로 들어갈 만큼 자기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그의 책들을 보면 더욱 잘 느껴진다. <어미개>, <새끼개>, <미친개>라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이지만 저학년용 도서가 아니다. 책 안에 너무 많은 깊은 슬픔이 느껴져서 교사인 나도 철철 울며 읽었다. <새끼개>는 10년도 훨씬 전에 무심코 읽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도서이다. 키우려고 데려왔다가 사납다고 도로 보내버린 뒤 주인을 찾아온 새끼개의 슬픔과 그 죽음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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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개>도 마찬가지로 ‘희생’이라는 이름의 선한 기쁨보다는 슬픔을 먼저 느껴야 하는 내용이고, <미친개>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책은 읽고 몇 주 동안이나 마음이 아파서 계속 곱씹어가며 되새긴 명작이다. ‘소통’의 부재로 ‘미친개’로 오인받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존재에 대한 암울한 이야기다. 이 ‘개’ 시리즈를 읽으며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보여주어도 될까?’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보통 그림책이라 하면 희망적이고 밝은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사는 세계도 우리의 세계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래서 희망을 이야기할 때 절망스러울 수도 있음을, 기쁨이 있는 곳에 슬픔도 공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이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추천서에도 “어린이는 세상의 아픔과 그늘을 모르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린이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하고 느낄 것은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감추어도 어린이의 맑은 눈에 그런 일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라고 적혀있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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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으로 볼 때 <문제아>라는 책은 6학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양면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도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앞장에도 “박기범 씨의 동화를 읽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들려주어야 할 아주 소중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동화로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가난, 소외계층과 민주화 운동, 이혼가정, 선생님의 편견 등 동화로 쓰기 어려운 주제를 박기범 작가는 소재로 삼아 동심의 눈으로 서술한다. 어린이의 맑은 눈은 어른의 눈보다 훨씬 예리하게 본질을 파악하고 동시에 사유하게 한다. 또한 서슬 퍼런 동화작가의 빛나는 눈에 세상과 타협하며 편히 살아온 나는,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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