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속의 본질을 찾는 눈 Ⅱ

나의 문제가 진짜 무엇일까?

by 영자의 전성시대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런 절절함으로 <문제아>라는 책을 선정해 6학년 학생들과 논술 수업을 진행했다. <문제아>의 책은 총 10개의 소주제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 5번째의 글 <문제아>를 뽑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문제아>는 아픈 할머니와 도배일을 하는 아빠와 사는 평범한 학생 하창수에 대한 이야기다. 창수는 약간의 오기와 깡을 갖고 있고 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또래의 아이들과 비슷한 학생이었다. 엄마가 없고 좀 가난하다는 것 말고는.


어느 날, 할머니의 약값을 가지고 하교하던 중 돈을 빼앗으려는 선배와 씨름하다 가까스로 피해 도망갔다. 다음 날 그 선배들과 친한 규석이라는 반 아이가 창수를 가차 없이 때렸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규석이가 잠시 숨을 고를 때, 창수는 의자를 집어 들어 규석이를 때렸고 이 일로 창수는 교장실을 들락거렸다. 학부모회 대표였던 규석이의 엄마가 학교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창수의 아빠는 사과를 했고, 그 뒤로 창수는 학교의 대표적인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6학년이 되며 창수는 자신의 이미지를 간절히 바꾸고 싶지만 첫날 담임 선생님은 창수를 문제아로 부르며 거리를 둔다.


‘나는 문제아다. 선생님이 문제아라니까 나는 문제아다.’로 글은 시작한다. 첫 문장부터 과감하고 마음이 철렁한다. 다소 어려운 글을 아이들과 어떻게 접근하면 잘 이해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창수는 억울하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나쁘다.’로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역시나 학생들은 읽고 와서 ‘선생님이 나쁘네’, ‘규석이가 일진이네.’, ‘규석이 엄마가 나쁘네.’ 등등 드러나는 문제들에 집중했다. 그래서 나는 “진짜 규석이 엄마가 나쁠까? 내가 규석이 엄마라도 그렇게 하겠네. 어디 내 아들 이를 부러뜨려? 이건 고소감이지.”라고 연기하듯 말하니 이내 조용해졌다. 그러면서 좀 어려운 ‘본질’이라는 단어를 썼다. ‘본질’이란 사물이나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성질을 뜻하는 말인데 6학년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가 분명했다.


“지금부터 <문제아>의 문제를 찾기 전에 나의 ‘문제의 본질’을 먼저 살펴보고 토의해 볼 거예요. ‘문제의 본질’하면 어렵죠? 예를 들어볼게요. ‘박소현’이라는 연예인은 건망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워 ‘오은영 박사님’을 찾아갔어요. 상담 결과는 ‘박소현’씨는 어른 ADHD 증상이었고 약물과 함께 치료해야 했어요. 건망증이 아니라 ADHD가 문제였지요. 나도 전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가 토하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생활하기가 힘든 문제가 있었어요. 곰곰이 여러 날을 생각해보니 ‘과로’를 하면 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왜 과로를 하나?’ 생각하니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더군요. ‘왜 일을 많이 하지?’라고 생각하니 나에게는 일 조정 능력이 부족해서 나의 한계를 모르고 다 하고 있었더라고요. 이게 문제의 본질이었던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15분여의 시간을 ‘나의 문제와 그 문제의 본질’에 대해 모둠별로 토의하고 한 명이 나와서 토의내용을 발표하게 했다. 어려울 것 같아 염려스러웠는데 발표 내용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번 학생들의 기량에 놀랐다. 한 남학생이 “영어가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나가요. 그래서 어려운 게 문제예요”라고 했는데 토의하는 중에 자신의 문제의 본질은 영어 선생님과의 관계 문제였다고 발표했다. 영어 선생님이 싫었고 그 선생님이 하는 수업이 듣기 싫으니 한 귀로 나가고 영어가 점점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생님과 화해하고 영어를 좋아해 봐야겠다고 이야기했다. 한 여학생도 학교만 오면 소극적으로 변하는 게 문제인데 토의하며 어릴 때의 왕따 경험에 대해 오픈하기도 했다. 잊은 줄 알았던 나쁜 기억이 친구들 앞에서 소극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렇게까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솔직하게 문제를 드러내고 표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드러나는 문제만 보고 치료하면 겉은 나아지지만 결국은 같은 상처가 또 드러나게 마련이다. <문제아> 속의 인물들도 단순히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하는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서 그 뿌리(본질)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반응하기보다는 그 이유나 원인을 보려는 관점이 달라지며 좀 더 신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이 문학을 읽는 가장 큰 의미이며 박기범 작가도 이런 목적으로 이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들과 유의미한 수업을 한 것 같아 내심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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