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안 해왔다. 그것도 10명이나.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안 해온 이유에 대해 묻기로 했다. “왜 숙제를 안 했는지 핑계 말고 이유를 이야기해보세요.” 몇몇 아이들은 얼굴이 상기되어 어쩔 줄 몰라했고 몇몇은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 변화가 없다.
“왜 안 했어요?”하고 물으니 “잊어버렸어요.” “어제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어쩌고 저쩌고...” "깜빡했어요.” 등등 자기 딴에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했다. 그런데 그 말들 중 내 귀를 때리는 한마디 “시간이 없어서요!”
그 순간 나는 기분이 언짢아졌고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자기가 잘 말한 거라 생각했는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시간이 없구나. 왜 시간이 없는지 이야기해봐라.” 하며 엄한 얼굴로 물었다. 아이는 당황하기도 하고 분위기 파악이 됐는지 조그만 소리로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요.”라며 답했다. “학원 숙제는 할 시간이 있고 학교 숙제는 할 시간이 없는 거구나.” 아이는 자기 실수를 알았는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너는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할 마음이 없었던 것 같구나. 그걸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댄 거고. 어떻게 생각하니?”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네.”라고 아이는 인정했다. 다음 아이가 “죄송합니다. 실수로 숙제를 안 했습니다.”라고 하길래 모든 아이들이 들리게 크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숙제를 안 할 수도 있지. 선생님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러나 그다음의 태도가 문제지. 안 하고도 아무렇지 않거나, 시간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넘어가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숙제를 한 아이들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바쁘다. 나도 안다. 하지만 숙제는 약속이다. 교사는 학습에 꼭 필요한 것을 숙제로 주고, 학생은 그 숙제를 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숙제를 했나 안 했나’의 행위의 문제보다는, 그 속에서 배우는 학습 내용 이상의 책임감과 자기 주도 학습, 성실성 등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 있는 성실한 학생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