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가 온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주말 동안 행사가 있어 힘을 다 쓰고 맞은 월요일, 월요일은 특별히 1학년을 만나는 날이다. 학생들이 어려서 육체적 소모가 크지만, 학교에서 가장 어린아이들이라서 가장 사랑스럽기도 하다. 똑같은 이야기를 50번 정도 하면 한 교시가 끝난다. 그렇게 1, 2교시가 지나 3교시가 되었다. 반갑게 아이들을 맞아주었는데 시작부터 한 남학생이 친구와 싸우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다른 아이와 다툼이 있어서 기분이 나쁘다고 내내 징징거리고 다른 아이를 이르고, 소리 지르고 울기도 하는 등 수업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짝끼리 계속 떠드는 학생들이 있어 ‘빼기 별’을 한 개씩 주었다. 저학년 수업 시, 잘하는 학생은 '칭찬 별'을 주고 방해하는 학생은 '빼기 별'을 주는데 보통은 '칭찬 별'을 여러 개 주고 '빼기 별'은 거의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먼저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계속 떠들고 있어 '빼기 별'을 하나씩 준 것인데, 둘 중 여자아이가 손을 들더니 “선생님, 전 빼기 별을 세 개 받고 싶어요.” 하며 눈을 삐죽이 떴다. “왜? 빼기 별 세 개면 자기 반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하고 물으니 반항적 어조로 “그래도 받고 싶어요.” 한다. “그래? 빼기 별 세 개!”하니 밖으로 나가는 거다. 나는 어이가 없어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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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 시간이 지난 뒤, 아이는 들어와 “죄송해요.” 하면서 자기 머리카락 전체를 뒤집어서 뜯으며 말했다. 나는 날이 선 아이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쓰며 자리로 돌려보냈다. 어쨌든 이 두 명의 아이를 보느라 다른 아이들은 이미 ‘먼 나라 이웃 나라’로 출장 가셔서 난리였다. 진도를 나가지도 못하고 주의집중만 하다가 수업이 끝났다. 3교시가 끝난 뒤, 나는 진이 빠지고 몸살 끼가 왔다. 이 아이들에게 질 높은 수업을 하기 위해 15년을 넘는 시간 동안 공부하고 그 많은 책을 읽어 왔는데, 중 3도 아니고 겨우 초 1과 이러다니, 자괴감이 몰려왔다.


후에 들어보니 아이의 부모님은 바쁘게 일하셔서 다른 분이 아이를 돌보고 계셨는데 얼마 전에 그만두셔서 아이가 고도의 불안 상태란다. ‘아.’ 그제야 날카롭던 아이의 행동이 이해는 되었지만 좀 허탈했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해주어 할 영역이 있고, 학교에서 해야 할 영역이 있다. 가정의 영역의 부족함을 공교육에서 채울 수는 없다. 부모의 역할을 교사가 오롯이 채울 수도 없다. 서로의 영역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이는 아프다. 그게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 아이에게 내 자리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어야 할지 내내 고민이다. 이 고민과 허탈한 자괴감에 현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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