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당신은 영웅입니다.

<영웅> 후기

by 영자의 전성시대

생각해보면 나와 안중근의 인연은 꽤 깊다. 어린 시절, 엄마가 사준 위인전을 보면서 그를 처음 만났다. 손가락을 자를 만큼 열정적인 사람,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는 데 성공한 사람 정도로 그를 기억했다.


고등학교 때 역사를 배우면서 그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게 되었다. 유독 역사부심이 있었기에 일제강점기 때 열심히 공부했고 적어도 그의 업적의 의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후 상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보기 위해 중국 여행길에 올랐고 그곳에서 김구 선생님과 그 외 독립 운동가들에 대해 더 자세히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다녀온 뒤, 서점을 다니며 독립운동가들의 일생을 다룬 인물 이야기책들을 찾아다니며 읽었다.


10여 년 전, 안중근의 일대기를 다룬 <영웅>이라는 뮤지컬을 관람했다. 워낙 유명한 뮤지컬이라 그를 만난다는 기대감보다는 공연을 보러 간다는 흥분이 더욱 컸다. 2층 맨 앞자리에 앉았건만 표정이나 몸짓들이 잘 보이지 않아 집중하기 어려웠고 군무나 노래가 나올 때만 기억에 남는다. 끝날 무렵, 어머니의 노래가 나올 때 마음 아파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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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지나 중국 여순과 청도에서 ‘한중 인문학회’가 열려 참가하게 되었다. 짧은 일정 중 하루를 여순(뤼순) 감옥과 재판소, 안중근 기념관 등을 견학하는 일정으로 잡혀있어 더욱 좋았다. 한여름인데도 여순 감옥은 습기 찬 것처럼 서늘하고 꿉꿉하고 공기마저 차가웠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안중근 의사뿐 아니라 이 당시 갇힌 이들 모두가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방과 사형대를 보며 더욱 그를 생각하고 조선족들이 만든 기념관을 관람하며 그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분향소 앞에서 꽃을 꽂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그를 기리고 그가 지킨 조국에 대한 감사함을 뼛속 깊이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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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었다기에 별 기대 없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면 봐야 한다는 어떤 책임감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독서 스터디팀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데 첫 장면부터 나를, 내 마음을, 내 애국심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단지동맹의 울림 있는 노래가 들리고 눈을 똑바로 뜨고 볼 수 없는 단지 장면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미처 생각지 못한 첫 장면으로 눈물샘은 터져있었다. 그의 ‘동양평화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일본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고백을 용납할 수 없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지고 단순한 미움으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음을, 짧은 나의 식견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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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서 영웅이 아니라 조국 독립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민족을 위해, 제국주의를 타도하는 동양 평화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행동했기에 영웅이다. 내 가족만큼 내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을 잃어버린 아픔을 내 아픔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영웅이다. 일본을 이해하지만, 일본의 불의는 용서할 수 없는 이성을 가진 큰 사람으로 그 수장을 제거함으로 경고할 줄 아는 영웅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신념을 이뤄내는 영웅이다. 그의 온 인생과 그의 옆에서 함께 동역한 다른 이들을 보며 마음으로 한 편을 관람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눈은 퉁퉁 붓고 온몸이 쑤셨다. 마치 내가 독립운동을 하고 나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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