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하나로 엄마가 나를 버린 거야?

by 영자의 전성시대

무남독녀로 곱게 키워진 나는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식사할 때마다 지인들에게 하도 욕을 먹어 오래 살 거다. 게다가 저주받은 장을 갖고 있어 틈만 나면 탈이 나서 더욱 조심하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시작된 편식으로 엄마는 지금까지 전전긍긍하신다. 잘 먹지 않아 잔병치레가 잦았고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위주로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만들고, 엄마는 물론이고 지인들도 나에게 먼저 물어보고 결정하거나 먹고 난 뒤 괜찮은지 물어보는 배려를 해준다.


엄마가 병원 방문차 우리 집에 오래 머물게 되었고 진수성찬을 매일 만들어 풍성한 식탁을 차려 주셨다. 우리 냉장고와 전기레인지가 놀랄 만큼 날마다 요리를 하셨는데 보통 냄비가 하나 정도 나와 있어도 먹을 게 있다고 말하는 우리 집에 냄비가 세 개씩 나와 있어 우리는 뭘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보통 출근 시간 때문에 나는 먼저 먹고 다른 가족은 이후에 먹는다. 엄마는 나와 먹기도 했고 늘어지게 자다 일어난 아이와 같이 먹기도 했다. 한날은 식탁에 밥과 국을 차리고 있는데 엄마가 슬며시 오더니 식탁에 차려진 반찬 하나를 뚜껑을 닫아 도로 냉장고에 넣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딸, 이거 좀 먹어봐. 이거 맛있으니 많이 좀 먹어라.”하셨을 텐데 오히려 반찬을 숨기듯이 냉장고에 넣으니 눈길이 더 갔다.


나는 대뜸 “그거 시금치나물이지? 근데 왜 숨겨?”하고 물었고 엄마는 “얼마 남지 않아서 이따 00이 일어나면 먹이려고...”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거다. “어머 어머, 지금 시금치 내가 먹을까 봐 숨긴 거야? 그깟 시금치 하나로 나를, 하나밖에 없는 엄마 딸을 버린 거야?” 나는 일부러 더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 반은 농담이지만 반은 진심이었다. 살면서 엄마가 나 먹는 게 아까워 숨긴 것도 처음이고, 날 젖히고 손녀를 택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피식 웃음이 나며 일부러 엄마를 한참을 더 놀려댔다.


나중에 딸에게도 “할머니가 아침에 시금치 너 먹인다고 엄마 안 주고 숨겼어.”라고 심술 맞게 이야기하니 더 좋아한다. 사실 나도 시금치가 얼마 안 남았길래 안 먹고 시금치 좋아하는 딸 주려고 했었다.


엄마, 요건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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