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다행

제가 암이라고요?

by 스카이블루 킴

맘모톰 수술을 하는 날 아침에 눈이 일찍 떠졌다.

세면도구, 기초화장품, 수건, 충전기, 이어폰, 갈아입을 옷, 약 등 간단하게 짐을 꾸려 작은 캐리어에 담았다. 마치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이.

맘모톰 수술은 비교적 간단해서 수술 자체를 걱정하진 않았다. 더군다나 10년 전 왼쪽 유방에도 수술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사이에 수술 방법이 좀 더 진화되었는지 부분 마취 후 환자와 의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대화하면서 수술을 한다는 점이었다.


친절한 의사는 통증 정도를 확인해 가면서 수술 진행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이때 떼어낸 조직으로 암 검사를 해서 일주일 후 결과를 알려준다고 하였다. 병원에는 하루 입원하였다가 퇴원하여 통원 치료를 하였다.


수술 부위의 통증보다는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미리 걱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괜찮을 수도 있고 만일 암이면 치료에 돌입하는 수밖에 달리 뭐가 있을까? 그건 그때부터 생각하면 될 일이기 때문에.


지루했던 1주일 후 조직 검사 결과와 실밥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갔다. 남편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별일이야 있겠냐'며 큰소리치며 혼자 갔다. 대기실에 있는데 내 이름을 불렀다. 조심스레 들어가서 의자에 앉자 의사가 말했다.

“불행하게도 암입니다. 그래도 0기라서 다행입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지옥과 천당을 왔다 갔다 했지만, 겉으론 아무 동요 없이 의사를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의사는 0기니까 굳이 서울까지 가서 수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부산에서 유방암 쪽으로 수술을 잘하는 병원 3개 정도를 추천해 주셨다. 빠른 시일 내에 수술할 것을 권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난 어릴 적부터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새나라의 어린이였다. 타고난 건강한 체질 때문에 크게 병치례한 적이 거의 없고, 통증에 둔감한 편인지 인내심이 강한 탓인지는 몰라도 웬만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곤 했었기에 나름대로 건강은 자신하고 있었다.


결혼 후 연년생 육아와 살림,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그 와중에도 주말이면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을 도리로 여기고 살아왔기에 늘 피곤에 절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만성피로와 스트레스...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 게 아닌가 싶어, 간혹 몸이 보내는 신호도 무시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퇴직 후, 이제부터라도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며 문화센터를 기웃거리고 있던 나에게 이건 또 웬 날벼락인가 싶었다. 그러나 평정심을 갖고 잘 생각해 보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재직 중이 아닌 퇴직 후에 발견해서 다행이고, 아이들이 이미 다 성장해서 내 손길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시기라 다행이고,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고 무엇보다도 조기 발견이 가장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빠른 시일내에 수술하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나는 수술할 병원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의사의 권유대로 부산에 있는 병원 중 하나를 수소문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올해는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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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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