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콜사울 - 변하지 않는 본성과 피할 수 없는 업보

by 블랙마요네즈


<베터 콜 사울>을 끝까지 다 봤다. 남들 말처럼 초반은 솔직히 지루했다. 하지만 시즌4를 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무겁게 쌓여 올라갔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떤 드라마보다 강한 여운을 남겼다.


지미 맥길은 척의 저주처럼 끝내 변하지 않았다. “넌 절대 변하지 않아”라는 말은 단순히 사기꾼 본성만 가리킨 게 아니었다. 지미에게 변하지 않는 것은 두 가지였다. 남을 속이는 재능, 그리고 결국엔 죄를 인정하고 속죄하려는 착한 천성이었다. 그는 사기를 치며 순간을 넘겼지만, 양심의 가책을 외면하지 못했다. 그래서 척 앞에서 문서 조작을 자백했고, 샌드파이퍼 아이린 사건에서 커리어를 스스로 무너뜨렸으며, 마지막 재판정에서는 7년형을 86년형으로 늘려버렸다. 지미는 늘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가벼운 사기 → 선을 넘음 → 일이 커짐 → 부정 → 죄책감 → 후회 → 자백 → 속죄. 그는 사기꾼이었지만 동시에 끝내 양심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었다.


월터 화이트와의 대비는 더욱 선명하다. 월터는 인류에 이로울 수 있는 화학 천재였다. 그러나 그의 천성은 끝내 악했고, 자존심과 권력욕 때문에 마약왕이 되었다. 반대로 지미는 사람들을 속이는 재능밖에 없었지만, 천성은 선했다. 그래서 결국 죄를 인정하고 속죄를 선택했다. 월터가 ‘악한 천재’라면, 지미는 ‘선한 사기꾼’이었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드러난다. 남을 속이는 재능을 가진 지미는 변호사가 되었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월터는 마약왕이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기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월터는 욕망이 만든 업보에 무너져 가족에게 버림받고 쓸쓸히 죽었고, 지미는 양심이 만든 업보에 갇혀 종신형을 살게 되었다.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가 결국 전하는 메시지는 같다. 인간은 본성을 바꿀 수 없고, 그 본성이 결국 자기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 곧 업보(카르마)다. 월터는 끝내 괴물로 남았고, 지미는 끝내 참회하는 인간으로 남았다. 업보는 피할 수 없지만,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최후의 얼굴은 달라진다. 월터는 하이젠버그로서 최후를 맞이했지만, 지미는 사울 굿맨을 벗고 지미 맥길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구원은 단순히 이름을 되찾는 데 있지 않았다. 그는 마침내 자신을 받아주던 유일한 사람, 킴과 당당히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흑백 화면은 끝내 칼라로 변하지 않았고, 지미의 총 사인 또한 킴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거의 업보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마이크, 랄로, 나초, 킴, 하워드 등 하고 싶은 이야기는 끝도 없지만, 엔딩을 막 본 지금은 그저 지미와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 전체의 무게만 마음속에 남는다. 아무튼, 결말까지 완벽하게 매듭지은 미드 마스터피스, <브레이킹 배드> 세계관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