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로봇 - 전성기 그 시절 감성 미드 종합선물세트

by 블랙마요네즈


드라마 <미스터 로봇>을 보았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라미 말렉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인데,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웨이브에게 감사한다. 너무 재밌게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전성기 <24>나 <프리즌 브레이크>가 떠오르는 미드였다. 매 회가 클리프행어로 끝나서 “여기서 끊어야지” 하면서도 도무지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주었다. 음모론, 스케일, 예측 불허의 반전까지, 이 모든 것이 바로 전성기 미드의 감성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해킹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점점 커지며 거대한 조직 이야기로, 판타지적 장치까지 추가하더니 마지막에는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영역까지 뻗어 나갔다. 몇몇 구간은 말도 안 되는 전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과감한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의외성이 있었고, 이러한 도전과 모험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의 철학적 의미나 사회적 메시지를 언급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100% 오락 드라마라고 본다. 해리성 인격장애, SNS 중독, 현대인의 고독 같은 무거운 소재들이 드라마 곳곳에 쓰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장치에 불과했다. 결국 <미스터 로봇>이 전달한 건 복잡한 철학이 아니라, 그저 끝내주게 재밌는 드라마라는 사실이었다.

그 반증으로 독창적인 연출을 들 수 있다. 어떤 에피소드는 갑자기 90년대 시트콤처럼 보여주기도 하고, 연극 무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하며, 심지어 한 회 전체를 대사 없이 끌고 가기도 했다. 기존 미드에서는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들이 가득했다. 도시의 빛, 미장센, 화면의 미학까지 모두 <미스터 로봇>만의 색깔로 채워졌다. 덕분에 전성기 미드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 회차를 포함한 시리즈의 엔딩은, 엘리엇이 만들어낸 환상을 따라가다가 결국 그 환상을 깨고 “진짜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반전이 너무 많아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시즌1 첫 대사였던 “헬로, 프렌드(Hello, friend)”로 시작한 이야기는 시즌4 마지막에 “헬로, 엘리엇(Hello, Elliot)”이라는 한마디로 끝맺었다. 겉보기에는 철학적이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듯했지만, 내게는 어디까지나 오락 드라마답게 깔끔하게 마무리한 엔딩이었다.

결론적으로 <미스터 로봇>은 전성기 미드의 중독성과 오락성, 그리고 환상을 넘어 현실로 이어지는 독특한 여정을 담아낸 드라마였다. 오락 드라마로서 완벽했고, 연출은 참신했으며, 구조적으로도 놀라운 짜임새를 보여주었다.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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