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를 만났다. 할 얘기가 너무 많다고 했다. 전부터 얘기했던 팀원이 계속 말썽이란다. 후배는 처음 팀장을 맡아서 안 그래도 부담이 큰데 팀원 한 명이 자기가 원하는 일만 하려고 하고 회의 시간에도 심드렁한 태도로 분위기를 흐리는 데다가 팀장인 자신한테까지 대놓고 비협조적이어서 힘들다고 했다.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끝이 없었다.
한참을 듣고 난 후 내가 물었다. "그래서, 너의 질문이 뭐야?"
당황한 듯 한참 생각하던 후배는 내게 "본부장에게 가서 그 팀원을 빼 달라고 하려고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게 질문이야? 그럼 그렇게 해."라고 답했다.
후배는 '원하던' 답을 들었지만 찜찜해했다.
후배의 내심에는 그 팀원을 떼어내되, 자신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을 터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팀원의 문제를 설득해 내는 게 관건이라고 본 것 같다. 그래야만 그 팀원을 빼 달라는 자신의 요구가 정당성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갈등에서 어느 한쪽이 완벽한 정당성을 획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문제가 아닌 한 남들의 갈등에 별 관심이 없다. 후배의 얘기를 들은 제삼자는 돌아서고 나면 "뭐.. 얘기를 많이 하긴 하는데, 잘 모르겠고, 여하튼 둘이 좀 안 좋나 봐."라고 하고 치울 것이 분명하다. 혹여 둘이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운다면 좀 관심이 생길지 모르겠다.
본부장 입장도 다르지 않다. 팀장이 하는 고민보다 몇 배 중요한 고민을 하고 있을 본부장에게 신참 팀장과 팀원 한 명의 합이 맞냐 안 맞냐가 중요할 리 없다. 본부장은 팀장이나 돼서 이런 거 하나 컨트롤을 못 하고 나까지 피곤하게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 게 빤하다. 후배도 본능적으로 그 가능성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나름 고민을 한 건데, 그래서 그 팀원의 문제를 낱낱이 고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그간의 에피소드를 정리한 짝이니, 고민의 방향이 한참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은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과도 같을 만큼 고통스러운 변화를 수반한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도 잘 될까 말까인데, 아예 방향까지 잘못 잡으면 오래도록 고생하게 된다. 후배는 '난관에 부딪혔을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만 생각했다. 질문을 '난관에 부딪혔을 때 "관리자로서"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로 바꿔야 한다.
후배에게 말했다. "내가 네게 질문할게. 그 팀원 문제와 관련해서 관리자로 인정받고 싶어, 아니면 관리자로 인정 안 받아도 되니까 신간 편하고 싶어? 어느 쪽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너만 좋으면 돼. 다만, 관리자로 인정도 받고 신간도 편할 방법은 없어. 관리자가 편한데 팀도 잘 돌아간다? 그건 양손에 떡을 쥐고 꽃가마까지 타려고 하는 심보야. 과해."
관리자로 인정받고 싶은지 신간 편하고 싶은지, 내가 1% 더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해야 의미 있는 질문이 생긴다. 후배는 생각을 좀 해 보겠다고 한다. 후배를 응원한다.